본문 바로가기

Repositorium/History

조선시대 부부호칭 - 자내(자네)

 

조선시대 부부호칭 - 자내(자네)

 

"저기요...." 수줍은 마음으로 조심스레 그녀를(그를) 불렀고 그가 뒤돌아 보았다.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호칭.

'여보, 당신'이 사회통념상 알려진 부부간의 호칭이지만 요즘은  각자 개성을 살린 호칭이나 애칭을 많이들 사용한다. 가까이서 듣기라도 할라치면 돋아나는 닭살을 어찌할 수가 없는 애칭들이 너무나도 많다.

 

 

마누라와 자내

우연히 방송에서 '마누라'라는 호칭이 실은 궁궐에서 귀족들만 사용하던 호칭이었다는 말을 듣고 옛날 부부들은 서로 뭐라고 불렀을까 궁금해졌다.

 

 

 

사극 드라마에서 양반들은 남자인 경우 직책을 부르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많이 사용되고 그 외 일반 평민들은 호칭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귀에 익은 호칭인 '마누라'는 원래 궁중에서 여자를 존칭하던 것인데 흥선대원군이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노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것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16세기, 금슬이 좋은 부부간에는 이와 같은 공식적인 호칭이 아닌 정이 듬뿍 담긴 '자내(자네)'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게셔'나 '나리'라는 호칭도 같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중 '자내(자네)'라는 호칭이 직접 쓰여 있는 편지가 발견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이 있다.

 

 

'자내'에 담긴 부부지

2012년 대전의 안정 나씨의 묘중 나신걸의 부인 신창 맹씨의 목관에서 발견된 한글 편지와 1998년에 발견된 16세기에 살았던 이응태의 묘에서 발견된 부인의 편지(일명 원이엄마)를 보면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아내가 남편에게 '자내, 자네'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아랫사람에게 주로 쓰이는 호칭이라 어색하지만 남녀차별이 심했다고 알려진 그 시대에 부부간에 동등한 호칭을 사용했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다. 소위 양반의 계급임에도 말이다.

양반은 한문을 써야 했지만 한글만 아는 부인과 소통하기 위해 몰래(?) 한글을 익혀 애틋한 정을 나눈 부부지정이 너무나 아름답다. 실제 이 편지에는 전쟁터로 나가는 남편이 아내를 걱정하고 먼저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애통해하는 절절한 심정이 쓰여 있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자내를 여의고 내가 살 힘이 없어서 자내한테 가고 싶으니 빨리 나를 데려가소'

 

 

세월이 흘러 시대가 달라졌지만 수백년 전, 지아비가 혹은 지어미가 서로에게 불렀을 '자내' 라는 호칭속에는 현대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진하고 굳은 부부지정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