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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식자우환 - 글자를 알고부터 근심이 생긴다

 

역사속의 식자우환

유비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번번이 이긴 것은 지략가 서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의 책사 정욱은 어릴 적 서서와 함께 공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효심이 지극한 효자임을 조조에게 말하고 서서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하였다. 조조와 정욱은 서서의 어머니에게 편지 한 장 써 줄것을 부탁하였으나 서서의 어머니는 아들이 유비의 곁에 있는 것이 옳다하여 편지를 써 주지 않았다.

하지만 정욱은 서서의 어머니 필체를 흉내내어 편지를 써서 서서에게 전달하였고 서서는 편지에 속아 유비에게 사정을 말하고 귀가하였다.

편지에 속아 돌아 온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자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아들에게 미안하여 통곡하며 말했다.

"내가 글자를 배운 것이 너를 망치게 하였구나."

 

 

 

영화속의 식자우환

오드리 햅번이 출연했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일라이자(햅번 역)은 강하고 투박한 말씨를 쓰는 런던 거리의 꽃 파는 아가씨였다. 언어학자였던 헨리 교수는 친구와 내기를 했는데 햅번의 말씨를 고쳐 헝가리 귀족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거였다.

일라이자의 꽃을 팔아주고 그녀에게 접근한 헨리 교수는 발음교정 과정과 행동교정을 거쳐 그녀를 헝가리 공주로 변화시켰다. 헨리 교수는 친구와의 내기에서 이겼지만 문제는 더 이상 그녀가 길거리에서 꽃을 팔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헝가리 공주같은 말씨로 파는 꽃을 아무도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라이자에게 헝가리 공주같은 말씨와 행동은 '식자우환'이었던 셈이다.

 

 


현실의 식자우환

취업난에 부딪힌 대학생이 졸업을 연기하면서 대학에 남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한다. 대학5학년이니 6학년이니 하는 말들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부 기업들이 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 하는데 이는 당사자나 대학측이나 서로 부담스럽기 마찬가지이다.

정규 수업을 듣는게 아니라 대학에 '적'을 두고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대학 5학년생들은 비용과 시간을 추가로 들여야하니 속이 상하고 대학평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일정수의 취업자와 졸업자를 배출해야하는 대학의 사정도 애가 탄다.  

대졸자들이 원하는 취업의 눈높이와 현실에는 큰 궤리가 있으니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배울만큼 배웠는데 높아진 눈을 낮추기가 어렵다.  좁디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높은 스펙을 쌓느라 '취업 재수'까지 해야 한다니 그야말로 '식자우환'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도리를 알고 인간답게 살고자 배우는 것이 학문인데 도리어 그것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