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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국제시장' -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영화 '국제시장'

 

 

 

눈보라 치는 흥남 부두에서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배를 오르던 어린 덕수를 보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된 건 수없이 들었던 아버지의 피난 이야기 때문이었다.

 

 

 

덕수처럼 어린 나이에 함경도 원산 바닷가에 살다가 피난을 내려온 아버지의 얼굴이 덕수의 얼굴에 겹쳐지면서 나는 아버지의 어린시절을 따라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런 중공군의 피습을 피해 남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던 북쪽 실향민들의 이야기에 전쟁터에서 살아 남은 자의 어깨에 걸쳐진 처절한 삶과 무거운 책임감이 실감나는 영상으로 펼쳐져 몰입도를 높였다.

 

 

 

피란길에서 어린 동생의 손을 놓치고 그로 인해 아버지마저 사지에 몰아 넣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가 올 때까지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어린 덕수는 일찍 철이 들었다.

 

 

 

돈이 되는 거라면 무슨 일이든 덤벼 들었지만 돈은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돈을 더 벌기 위해 독일에 있는 광산에 광부로 가기로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사 고비를 넘기며 열심히 일한 덕수는 천생배필인 영자를 운명처럼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그동안 방송으로 파독 광부니 파독 간호사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서 그저 먼 남의 나라에 간 외로움정도의 고생이 있었겠다 했는데 화면으로 본 그들의 고생은 상상 이상이었다. 

 

 

 

 

탄가루를 마시고 시체를 닦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벌어들인 달러는 가깝게는 각 가정을 살리고 멀게는 나라를 살리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안으로 밖으로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이 열심히 터를 닦은 덕에 대한민국은 정말 기적처럼 순식간에 폐허를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1983년 대한민국을 통곡의 땅으로 만든 이산가족찾기 장면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나의 아버지도 이북에 두고 온 가족을 찾기 위해 당시 KBS방송국 마당을 며칠 동안 헤매셨던 기억 때문이다.

 

 

 

 

영화 속 덕수는 다행히 잃어버린 막내 여동생을 극적으로 만나지만 나의 아버지는 아무 성과가 없자 기대했던만큼의 실망으로 더욱 허탈해 하셨다.  지금쯤은 훨훨 날아서 고향에 계시겠지.

 

 

 

"아부지...저 정말 힘들었어예"

아버지가 맡긴 가족들을 끝까지 지켜낸 덕수는 아버지의 옷을 잡고 아버지에게 눈물로 말한다. 

 

 

 

 

덕수가 감내하기엔 너무나 벅찼던 지난 날을 아버지는 따뜻한 손으로 위로하고 칭찬해 주었다.

이제 아버지는 못 오시겠지만 다음에 아버지를 만나도 덕수는 떳떳하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잘 지켰으니 말이다.  

 

 

 

 

흥남 철수작전이 배경이라 북쪽 실향민들의 공감대가 훨씬 큰 영화이겠지만은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누구나 가슴저린 눈물로 봤을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남북을 가르는 38선이 생긴지 반백년이 훨씬 넘었다.

휴전인것인지 정전인것인지 알 수 없는 남북 대치 상황은 실향민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이젠 통일이 되어도 고령으로 인해 북쪽 고향에 갈 수 있는 실향민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