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중에 같은 서울에서 살지만 서로 끝과 끝에서 살다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은 친구가 있다.
큰 애들은 대학에 갔지만 그 친구나 나나 둘째 아이가 아직 고3이어서 올해가 지나야 한숨돌리고 여유롭게 만나지 싶다.
그 친구가 요즘 안하던 짓을 해서 나를 골탕먹인다.
카카오톡으로 즐거운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감동적인 영상을 보내주기도 해서 고마운데 간혹 엉뚱한 걸 보내서 나를 바보로 만들어 놓고 자기는 웃겨 죽겠단다.
친구의 놀림 I
실물처럼 잘 나온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진 문구에는
'모니터에 후~하고 불면 꺼짐. 레알신기 ㅋㅋㅋ'
엥?? 의아했지만 얼핏 스마트폰 화면상의 불로 음식을 데웠네 아니네 했던 기사를 본듯해서 긴가민가 하면서 시키는대로 '후~'하고 불었다.
안꺼진다.!!
다시 불었다. 그래도 안꺼진다. 화면을 길게 아래로 내리니 헉!!!
'하란다고 진짜 하는 사람은 없죠?'
어이상실. 손 바닥에 핸드폰을 놓고 화면에 대고 입김불던 나는 뭐야?
당장 답을 보냈다.
'난 친구를 믿었다. 시키는대로 했고 완전 멘붕이여 @@'
'바보...ㅋㅋㅋ'
'내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갖고 놀면 좋으냐'
'ㅎㅎㅎㅎㅎㅎㅎ 어 좋다 '
친구의 놀림 II
그리고 얼마 후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또또 뭐하자고?'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좀 하고 답을 보내자. 그런데 넌센스일까 기초과학적인 답일까?
고민하고 답을 보냈다.
'음.....앞이 안보이겠지....맞냐?'
'ㅋㅋㅋ 죽것다...너땜에'
'왜~에. 답이 뭐냐 빨리 말해봐'
'이과적인것도 아니고 문과적인것도 아니고....'
'뭐!냐!니!까!'
'문과적인 사람은 봄이 온다라고 하고 이과적인 사람은 물이 된다라고 하는데 너의 답은 ?????'
'니가 날 이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책임져야혀'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의 웃는 모습이 그려져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그걸로 복수를 할 상대를 찾았으니 바로 남편!
부부는 일심동체가 맞다. 이분도 열심히 핸드폰 화면에 입김 불며 촛불 끄기에 초집중하시고
눈이 녹으면 앞이 안보이지 않느냐 대답하신다. 부창부수 똑같은 어리버리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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