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추적자'의 후속으로 '신의'라는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한다.
작가는 송지나씨, 인기있는 작품을 여러 편 쓴 지명도 높은 작가이다. '신의' 예고편을 보여주면서 작가 송지나씨를 소개하는데 '여명의 눈동자'중 한 장면이 방영 되는 순간 갑자기 오래 전에 일이 떠올랐다.
당시 여명의 눈동자는 시청률이 높았던 작품이라 나도 드라마를 빼 놓지 않고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면 자막으로 을지병원에서 RH-A 혈액형을 급히 구한다는 문구가 전화번호와 함께 떴다. 가슴이 철렁 했다. 내가 RH-A형 이다.
나는 남편에게 말하고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자고 했다. 당시 나는 임신 중이어서 남편은 헌혈을 반대했지만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임산부도 괜찮다고 했다. '내심 안됩니다' 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임산부도 오라고 하는 걸 보니 아주 상황이 급한 모양이라 생각했다.
가는 걸 결심하고 나서려는데 문제는 시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리냐 였다. 한밤중에 사실대로 말하면 허락하시지 않을 것 같고 거짓말을 어떻게하나 궁리를 했다. 잠깐 다녀올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데 남편이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직도 구하는 중인지 확인하고 출발하자고 했다.
다시 병원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 혈액을 구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드라마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처음 혈액을 구한다는 자막을 봤을때는 무조건 가야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내심 임신중이라 걱정도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위급한 사황일 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 저런 핑계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런데 남이라고 다르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자리를 뒤척였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혈액형이 RH-라는 걸 알게 되었고 적십자 혈액원에 가서 같은 혈액형 모임에 가입하고 시댁과 친청 식구들 중 같은 혈액형 찾기에 나섰지만 아무도 없었다.
임신중 태아가 RH+ 혈액형이면 내 몸이 태아를 '이물질'로 생각해 태아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신경을 교란시키는 '로감'이라는 주사를 임신 7개월과 출산 후에 맞아야만 한다고 했다.
이후에도 가끔 TV 자막에 RH- 혈액을 구한다는 문구가 나오긴 했지만 RH-A형을 구하는 경우는 못봤다. 이젠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 들은바로는 정확한 말인지 모르지만 이 혈액형이 한 대를 걸쳐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손자 중에 누군가 나와 같은 혈액형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조금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 의학이 발전하면 모자른 혈액을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고 생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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