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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신선이 노닐던 곳, 선유도를 가다

신선이 노닐던 곳, 선유도를 가다

 

신선이 노니는 섬, 선유도에 가려고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 내렸다.

한강자락에 얕으막한 산봉우리를 가졌던 선유도의 옛모습은 사라지고 평평한 평지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고기를 잡고 살았던 주민들도 벌써 사라지고 육지 사람들이 잠깐 들러 놀다가는 공원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선유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다.

 

 

 

마치 나룻배를 타고 한강의 가운데쯤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선유도 전망대에서 한강의 경치를 바라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와는 사뭇 다른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강바람은 시원하고 경치는 아름다우니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신선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며 선유봉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고 이후에 한강개발로 설치되었던 정수장 시설도 폐쇄되면서 선유도는 선유도공원으로 다시 변신을 했다.

한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아 차가운 콘크리트 속살이 그대로 보이는 옛 정수장 시설물에는 잎하나 없는 담쟁이 덩굴이 을씨년스럽고 썰렁함을 더하지만 따사로운 햇빛에 조만간 푸른 잎들이 바람에 출렁이는 날이 곧 올것이다.

누군가 커다란 기둥 뒤에 숨어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엿보고 있을것만 같은 상상에 빠지게 만드는 비밀스런 정원엔 고요함과 적막함이 서로 스치며 지나간다.

 

 

설치미술작품을 연상케하는 옛 정수장 시설물에는 식물들이 멋들어지게 심어져 또 다른 예술작품이 되었다.

폐 시설물에 맞춰 '물'을 주제로 한 공원에는 수로에 담긴 물 속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전문 사진작가의 셔터 소리와 숨바꼭질에 여념이 없는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네모진 기둥들 사이에서 들려온다.

 

 

한강 자락에 자그맣게 떠 있는 선유도공원은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공원이다.

그동안 보았던 자연친화적인 공원의 모습보다는 훨씬 더 인공적인 느낌이 많은 곳이지만 세련미가 돋보이는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다 보이는 선유도에는 이미 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