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마을에 갔던 날은 따뜻한 가을빛이 완연해 야외에서 커피 마시기 좋았다.
보온병에 담아 온 커피와 과자를 화사한 스카프 위에 만찬처럼 차려 놓고 아줌마들은 수다 삼매경에 해 지는 줄 몰랐다.
5시경 일어서니 어둑어둑 해졌고 이쁜 카페들은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나오기 싫을만큼 아름다운 아경의 모습들이 나타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 장식을 하는 곳도 이미 트리에 불을 밝힌 곳도 있어 낮과는 또다른 헤이리의 매력을 뽐내며 발길을 붙잡는걸 억지로 떼어 놓고 나왔다.
가을 밤에 다시 찾은 헤이리 마을은 낮보다 화려하고 신비롭고 조용했다.
깊은 산 속 숨겨진 마을처럼 밤안개 속에 놓여진 헤이리는 카페에서 쏟아지는 알록달록한 불빛 향연에 연인의 손을 잡고 행복해하는 커플 천국이었다.
예술가들이 만든 마을 헤이리, 헤이리가 프로방스 마을처럼 혹 외래어인가 했는데 전래 농요 후렴구(에헤라디여~)에서 따 왔다고 하는데 '신난다. 즐겁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흥을 표현한듯 싶은 마을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든다.
11월의 밤공기가 많이 찬데 파주 헤이리의 밤공기는 체감온도가 훨씬 낮아서 자꾸만 몸을 웅크리게 만들지만 연인들에겐 안성맞춤의 데이트 장소이다.
가로등이 거리를 두고 빛을 비춰 주고 카페나 박물관과 작업실에서 흘러 나오는 불빛들 때문에 거리는 적당히 밝고 조용하니 이야기 나누기 좋고 걷다가 다리 아프고 추우면 자그마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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