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환타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얼핏 그림책을 연상시키는 듯한 화면으로 나를 사로 잡았다.
사진 혹은 액자 속 그림 같은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등장 인물을 포함한 배경들이 비현실적이고 이질감을 느낄만큼 강렬한 색채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집중도를 높여준 영화였다.
대 부호의 호텔과 세계적인 명작 그림을 둘러 싼 유산 상속 다툼, 그리고 그 속에 얽힌 치정 관계들이 빠른 대사와 장면 전환등으로 표현된 이 영화는, 그래서 재밌다는 관객과 그래서 잘 모르겠다는 관객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토리보다 시선을 잡아 끄는 화면 때문에 영화에 몰입할 수 없어 둘 중 (스토리냐 화면이냐) 하나를 선택해야겠다 싶어 나는 '화면'을 선택했다.
어느 장면 하나 놓칠 수 없을만큼 매력적인 영화이다.
마담.D는 유산 중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을 그의 연인인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에게 남겼다.
84세의 연인이 남겨 준 그림은 가문의 유산으로 마담.D의 아들 드미트리는 절대 그림을 그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머니의 죽음에 구스타브가 연류된 것으로 엮어 그를 감옥에 넣는다.
그런데 이미 그림은 구스타브가 호텔 로비 보이인 제로를 통해 빼돌렸고 그림을 찾기 위한 쫓고 쫓기는 스릴감(?) 넘치는 어설픈 액션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뻔뻔한 캐릭터들의 특별한 이야기
온통 분홍빛이거나 보라빛 혹은 온통 하얗거나 흑백의 화면으로 바뀌는 장면들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거나 혹은 그렇지 않게 사진(현실)인듯 그림(비현실)인듯 보여지는 배경들은 영화 내에서 곁눈질을 하게 한다.
화면을 보라는건지 스토리를 따라 오라는건지 헛갈리며 관객들은 바쁘다.
빠른 대사와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도 바빠보이긴 매 한가지이고 디테일한 감정선도 없고 복잡한 인물 관계도도 없지만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대사 중에 '사람들은 작가들이 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듯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옮겨 놓는 경우가 더 많다' 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 영화 속 인물들은 디테일한 표정이나 감정선이 상당히 억제된 뻔뻔한 캐릭터들이다.
흥미로운건 이들의 뻔한 이야기가 개성 넘치는 감독과 대단한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특별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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