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영화 '범죄의 여왕'
누구는 짧은 시간에 금의환향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자의반 타의반 평생 무능력자로 세상으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되기도 하는 신림동 고시원 사람들의 어두운 이야기가 코믹 스릴러로 펼쳐진다.
곧 판사가 될거라는 믿음으로 아들의 고시 준비 뒷바라지를 하는 미경은 지방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불법 미용시술도 하는 문제(?)엄마이다.
미경은 남자건 여자건 나쁜 놈에게 당하는 약자는 무조건 지켜 줘야 하는 타고난 약자 보호 사명감에 간혹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긍정적이고 감과 촉이 발달한 예쁜 엄마이다.
그런데 신림동 고시원에 있는 아들이 급박한 문제로 호출을 하는데....
지은지 4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 된 건물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시생들이 방 한 칸씩을 차지 하고 있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복도의 양쪽으로 방호수마저도 희미한 녹슬은 현관문들이 집 안 내부가 어떨지 짐작하게 한다. 조용한 이곳에 403호 엄마 미경이 나타난 것이다.
아들과 120만원 수도 요금을 부담해야하는 404호 남자는 거의 집에 없다.
주변 탐문을 통해 알아 낸 것은 404호 남자가 10번 고시에 낙방했고 실종된 303호 남자와 최종적으로 만났고 인기척이 없는 집안에 여자 신발이 있다는 것이다.
수도요금 120만원, 딱 보니 살인사건이네
사법고시, 이제 막 인생을 걸고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부터 몇 번의 낙방으로 점점 의욕을 상실해 가는 사람들.
그리고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이도저도 못하고 두려움에 신림동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각가지 사연을 가진 고시생들의 삶이 무겁고 어둡고 꿉꿉하고 눅눅한 느낌으로 화면에 전개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살인사건의 기운이 엄청 크게 퍼지고 있음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예민한 고시생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엄마 미경의 모습은 연상의 연인쯤으로 보일만큼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아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지랖이 넓은 억척 엄마의 모습으로 분한 박지영의 모습이 워낙 화려해서 말이다.
박지영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엄마를 대신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건 다른 조연들에 비해 주인공이 너무 튀다보니 화면상에도 스토리 진행과도 잘 맞지 않는 듯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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