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서른두 살이었던 래티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위치한 이스트런던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이스트런던은 케이프타운의 북동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다양한 생물이 출몰하는 신비로운 바다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래티머가 일하는 이스트런던 박물관은 작고 이름없는 지역의 자연사박물관이다.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둔 1938년 12월 22일, 래티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 친구 핸드릭 구슨 선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구슨 선장은 지난 1년 동안 박물관의 수집활동을 도와준 사람이며, 이번에도 이상한 것을 잡아왔으니 박물관에 전시할 만한 특별한 것인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배의 갑판 위에는 구슨 선장이 잡아온 상어들이 쌓여 있었다. 그 사이에서 몹시 기묘하게 생긴 물고기가 푸른색 지느머리를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기묘한 물고기가 잡힌 곳은 이스트런던의 찰룸나 강 하구 앞바다 수심 60미터 지점이라고 했다. 핸드릭 구슨 선장은 30년 동안 어부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이상한 물고기는 처음 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한 물고기의 실체
박물관의 책임자는 이 푸른 물고기가 대구에 불과하다며 흥분해 있는 래티머를 비웃었다. 그러나 래티머는 이 미스터리에 싸인 물고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박제로 만들었다. 그리고 물고기의 모습을 서툰 솜씨로 그려 당시 로드 대학교 화학과의 스미스 교수에게 보냈다. 스미스 교수는 아마추어이지만 명망이 높은 어류학자였다.
1939년 3월 18일 <네이처>지의 발표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5,000만 년 전에 사라진 물고기가 원시적인 모습 그대로 발견되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물고기의 이름은 실러캔스로 공룡보다 더 오래전에 살았던 물고기였다. 발견자와 발견된 장소를 기념해 실러캔스에겐 래티머와 찰룸나 강, 즉 '라티메리아 찰룸나'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논문을 발표한 스미스 교수는 래티머가 보내온 물고기의 그림을 보자마자 한눈에 그것이 실러캔스임을 알아봤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스미스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 나는 늘 원시시대의 물고기가 세계의 어딘가에서 나타나리라 기대했습니다."
실러캔스의 발견으로 유명해진 스미스 교수는 그 후에도 끈질긴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는 당시로는 큰돈인 100파운드를 걸고 실러캔스를 공개수배하였다. 그 결과 14년 후에 제2의 실러캔스가 발견되었고 지금까지 총 191마리의 실러캔스가 잡혔다.
지금까지 발견된 191마리의 실러캔스 중 가장 큰 것은 1991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발견되었는데 길이가 무려 178cm, 몸무게는 100kg에 가까웠다. 그 엄청난 크기 때문에 '자이언트 실러캔스'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실러캔스는 고생대 데본기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그러니까 3억 9,500만 년 전부터 약 6,500만 년 전까지 살았던 물고기이다. 실러캔스라는 물고기가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 때문이었다. 1836년 박물학자 루이스 아가시는 자신이 발견한 물고기 화석에 처음으로 실러캔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후에도 약 125종의 실러캔스 물고기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연대를 확인해보니 4억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 사이에만 있을 뿐 그 이후의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고생물학자들은 실러캔스가 마치 공룡처럼 5,000만 년 전에 멸종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5,000만 년 후에 그 실물이 나타났으니 실러캔스를 '살아있는 화석'이라 부르는 것이다.
래티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거대한 푸른 물고기인 실러캔스를 발견한 후 거의 50년이 지나서 아시아 지역에서 또 다른 종류의 실러캔스가 발견됐다. 이번엔 푸른색이 아닌 갈색 실러캔스였다. 그런데 그 지역 사람들은 새로운 종류의 실러캔스를 발견했다며 놀라워하는 과학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봐왔던 익숙한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러캔스에게 붙인 이름은 '바다의 왕' '유령 물고기'였다. 인류에게 진화의 비밀을 밝혀 줄 수도 있는 귀중한 생물임에 틀림없으나 그들에게는 이상하게 생긴 괴물 물고기에 불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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