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생물다양성이란 한마디로 '다양한 생물 종수'라 정의한다.
달리 말해 '지구에는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약 150만 '종' 정도 된다고 말하는데 이 때 말하는 종이 생물다양성의 단위이다.
따라서 지구에 약 150만 종이 있다는 의미는 생식적으로 격리된(자연적으로 서로 교배하지 않는다는 의미임) 개체군이 150만 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을 파악하고자 할 때 '종'은 매우 많기 때문에 몇몇 종을 묶어 '속'이라고 부르고, 몇몇 속을 묶어서 다시 '과'라고 부른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가계도를 손자를 기준점으로 놓고,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4대조, 5대조, 6대조 순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다보면,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태어난 모든 생물들의 조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조상에서 기원해 태어나 살다가 죽은 모든 생물들을 총칭하여 '생물다양성'이라고 부른다.
생물다양성의 역사
지구는 4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약 38억년 전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이 생명체는 현미경을 이용해야 볼 수 있는 핵이라는 소기관도 없는 아주 조그마한 생물이었다. 그러다가 약 12억 년 전에는 핵을 비롯하여 미토콘드리아 등과 같은 세포 내 소화기관들을 지닌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시간이 흘러 5억년 전쯤 캠브리아기에 다세포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이 시기는 생물들의 서식환경이 급격히 좋아짐에 따라 폭발적인 생물의 종류가 증가한 것이다. 이어서 2억 5천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서 나타난 생물 중 몸집이 가장 큰 공룡이 나타났고, 뒤를 이어 포유동물도 지구의 한 식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3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지구에 출현하였고, 지속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1만 6천 년 전 인류는 자신들의 흔적을 지구에 남기기 시작했다. 지구상에 제일 늦게 등장한 인류는, 기원전 7천 만 전 약 5천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서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2억 5천만 명, 그리고 산업혁명 시기인 1850년대에는 10억, 그리고 현재는 60억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생물의 역사를 보면, 이전까지 존재하던 생물들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새로운 생물이 이어받았다. 예를 들면, 공룡이 지구에서 사라지자 이 거대 동물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던 포유동물이 공룡의 자리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인류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이처럼 대량절멸(종이 사라짐)은 절멸된 생물들 입장에서는 재난이지만 다른 생물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절멸한 생물들의 빈자리를 새로운 종이 채워가는 방식의 생물다양성 회복 이외에,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여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산섬인 제주도와 울릉도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울릉도에는 전 세계에서 이곳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섬쑥부쟁이, 너도밤나무, 섬노루귀, 섬현삼, 섬시호 등 30여 종류가 있다.
▲ 섬쑥부쟁이
이들 식물들은 아마도 한반도 또는 일본이나 러시아에서 자라다 울릉도까지 날아와 독특한 섬 환경에 적을하여 진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살아가던 생물 중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사례도 있다. 독도강치로 부르던 바다사자를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절멸한 동물로 보고하였다.
바다사자는 몸길이 2.4m, 몸무게 500kg에 육박한 포유동물로, 19세기 독도에서 살아가던 바다사자 수는 3만에서 5만 마리로 추정되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 어부의 남획과 러일전쟁 등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공동 조사를 추진했으나, 생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물다양성의 현황
현재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 알려진 생물 수는 약 150만 종이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생물이 곤충류이며, 그 다음으로 관다발이 있는 식물이 16.9%(약 25만 종)로, 이 두 종류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은 생물까지를 포함하면, 학자에 따라 측정치가 다르지만 대략 1,300만 종 ~ 1,400만 종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물 무리 |
전 세계 |
우리나라 | ||
종수 |
백분율 (%) |
종수 |
맥분율 (%) | |
척추동물 |
50,000 |
3.4 |
1,900 |
5.7 |
곤충류 |
751,000 |
50.7 |
13,000 |
39.0 |
무척추동물 |
281,000 |
19.0 |
6,300 |
18.9 |
관다발식물(*) |
250,000 |
16.9 |
3,500 |
10.5 |
균류 |
69,000 |
4.7 |
2,100 |
6.3 |
조류 |
27,000 |
1.8 |
3,800 |
11.4 |
이끼류 |
16,000 |
1.1 |
700 |
2.1 |
원생생물 |
31,000 |
2.1 |
800 |
2.4 |
원핵생물 |
6,000 |
0.4 |
1,200 |
3.6 |
총 계 |
1,481,000 |
100.0 |
33,300 |
100.0 |
▲ 전세계 생물다양성과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현황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지역은 난대성 기후지대인 반면, 백두산 일대의 북부 고산 지역은 한대 및 고산 기후지대로서, 다양한 기후지대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위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에는 약 3만 3천 종이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은 비슷한 면적을 지닌 온대 국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을 지닌 영국과 비교할 때, 비교적 조사가 많이 이루어진 관다발식물의 경우는 우리나라에 3,500여 종이 분포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1,500여 종에 불과하여, 우리나라가 2~3배 이상의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 관다발 식물 : 체내에 관다발을 갖는 식물의 총칭으로 양치류 및 종자식물을 말한다.)
앞에서 독도강치가 절멸로 보고되었다고 했으나,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물은 또 있다. 바로 호랑이와 따오기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호랑이는 비록 인간은 못 되었지만, 인간의 손에 의해 한반도에서 사라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밖에도 어류의 일종인 종어도 1982년 임진강 하류에서 발견된 이후 사라졌다.
그리고 벌레잡이말은 물에서 사는 수갱식물인데, 최근 20~30년간 채집기록이 없으며, 수원 서호에서 채집되었던 서호납줄개도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스터섬의 야쟈나무
이스터섬은 칠레 서쪽에서 3,700km 떨어진 태평양의 조그만 섬으로 제주도의 10분의 1 정도 되는 화산섬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랬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이 섬에는 나무는 전혀 없고 풀밭만 무성하다.
이스터섬의 석상은 유명한 불가사의 중 하나인데, 1722년 이 섬을 처음 방문한 독일 탐험가들이 거대한 석상들이 해안가를 따라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섬의 역사를 살펴보면 최초로 폴리네시안인들이 400년경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폴리네시아인들이 이 섬에 왔을 때에는 큰키나무들이 무리지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이스터섬에는 나무들이 절멸하였을까?
연구자들은 이스터섬에 정착하였던 사람들이 고구마와 바나나를 재배하기 위해 위하여 큰키나무들을 베었고, 이 목재를 이용하여 돌고래 사냥에 필요한 배를 만들었으며, 큰키나무 숲속에서 살아가던 조류를 사냥하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섬 곳곳에서 돌고래와 조류 뼈가 많이 발견되었다.
이런 식으로 야자나무를 베었고, 그 씨들을 사람들과 쥐들이 전부 먹어버리자, 이스터섬에는 더 이상 야자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스터섬에 있는 야자나무는 지구상에서 절멸하였고, 이 섬에 살고 있던 25종류의 조류 중 1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며, 12종에서 15종은 이스터섬에서 절멸하였다.
인간 활동에 의해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가 이스터섬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절멸하고 있으며, 현재를 제6절멸의 시기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다양성의 한 부분임을 알아야 하며, 환경지킴이로서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중에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종은 인간 밖에 없으며, 그러한 행위가 가져올 재앙은 그 누구도 짐작하기가 어렵다.
지금이라도 자연속에서 생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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