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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호랑이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지은 사찰 - 호암산 호압사

 

호랑이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지은 사찰 - 호암산 호압사

이제 막 6월이 시작되었는데 날씨는 이미 삼복 더위를 생각나게하는 7,8월 쯤처럼 30도를 웃돈다.

어느 샌가 봄은 저만치 가버리고 여름이 떡 하니 발 하나를 들여 놓았을 뿐인데 서울 도심의 아스팔트는 절절 끓는다.

 

호암산 호압사, 처음엔 호암산에 있는 호암사인줄 알았는데 '호압사'라고 적혀 있어 잘못 쓴 줄 알았다.

그리고 왜? 호암산에 있는 절인데 호압사라고 했을까 궁금해졌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호압사 입구는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는데 여느 사찰과 비슷했지만 내려쬐는 햇빛때문인지 더 힘들었다.

콘크리트 바닥이 다져진 길의 오른편에 숲 길이 있었지만 그 길이 절로 향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갔다.  길 양쪽에 심어진 하늘하늘한 들꽃들이 나무 그늘 아래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눈길을 잡는다.

 

등줄기로 땀이 쪼로록 흘러 내릴쯤 오색 연등이 화려하게 달려있는 호압사가 보였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경내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였지만 마당에 보호수라고 적힌 안내판과 함께 거대한 고목이 호압사의 역사를 대신 말해 주는듯 했다.

호압사가 있는 삼성산은 관악산의 주산으로 숲보다 바위가 많은데 바위들의 형상이 호랑이를 닮았다하여 호암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호암산에 호압사가 세워진 유래는 태조가 한영으로 도읍지를 정했을 무렵 꿈 속에 나타난 호랑이상의 괴물이 한양의 건물들을 자꾸 무너뜨리자 호암산의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위해 호압사라는 사찰을 세웠다고 한다.

 

호압사를 지나면 넓직한 쉼터가 나타는데 산 속에 이렇게 많은 의자를 만들어 둔 곳은 처음 보았다.

보통은 바닥에 주저 앉는데 말이다.

호압사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잣나무 산림욕장으로 향했다.

빽빽히 심어진 푸른 잣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 밑에는 삼삼오오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고 누워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신선이 따로 없다.

 

내려가는 길은 숲 길을 택했다.

잣나무 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에 뭔가 뿌연게 날리는것 같아서 날파리인가 했더니 잣나무에서 날리는 가루였다. 나무 밑에 앉았던 사람들이 옷이며 가방을 퍽퍽 털며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말을 해 안심했다.

그러고보니 바닥에 노란 가루가 살짝 보인다. 이 길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나무와 숲이 우거져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피톤치드가 주는 상쾌함일까.. 올라갈때도 이리로 갈걸....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 도착한 산이라 많이 올라가지 못했지만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충분하고 자연 그대로의 숲 길이 아주 매력적인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