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볼 수 있는 자바긴팔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동물이다.
현재 자바긴팔원숭이는 야생에 몇 마리가 생존해 있는지 혹은 어떤 지역에서 활동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복원하여 방생하려면 얼마 정도의 숲이 필요한지 어느 하나 믿을만한 정보가 없다.
1998년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에 의뢰하여 저명한 과학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우리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문제는 바로 생물다양성 감소 및 고갈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모두 생물학자였던 건 물론 아니다. 다양한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그들이지만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우리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생물다양성 감소 및 고갈은 조사만큼이나 그리 절실하지 않다.
북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섬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 북금곰이 익사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는 걱정하게 되지만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물다양성이란?
그러면 이번 글의 주제인 생물다양성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가?
생물다양성은 원래 '자연의 다양성' 또는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쓰이다가 허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윌슨이 둘 중에서 '생물학적 다양성'을 줄여서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널리 퍼진 용어이다.
이제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용어는 생물학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거의 일상 용어가 되었으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은 생물다양성을 표현하는 단위이다.
예를 들어, 열대 우림을 보전하려는 이유는 그곳에 특별히 많은 종들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구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규모는 얼마나 될까?
종다양성의 관점에서 현재 지구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측정치는 학자에 따라 200만종에서 1억 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년 5천~1만종의 신종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1,300만 ~ 1,400만 종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은 풍부한 편이다.
개미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120종의 개미가 서식하고 있다. 영국이나 핀란드가 각각 40종 정도밖에 있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그들의 세 배나 되는 생물다양성을 보여 준다.
2008년 국립생물자원관이 출간한 생물자원 통계자료집에 의하면 분류군에 따른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은 무척추동물 19,270종 / 척삭동물 1,898종 / 원생동물 4,658종 / 식물 4,130종 / 균류.지의류 2,078종 / 박테리아 1,219종 이다. 척삭동물은 멍게류 등을 말하고 원생동물은 아메바 같은 생물을 말한다.
즉 생물다양성의 의미는 쉽게 말해서 생물의 종류라 생각하면 된다.
생물다양성 감소가 주는 의미
1960년부터 세계적으로 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의 개체수가 적어도 매년 2%의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들이 사라진다고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고 반문한다면 본인의 환경지식을 한번쯤 반성해야 한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비옥한 땅, 훌륭한 경관 만이 자연자원의 전부가 아니다. 생물다양성도 인류에게 중요한 공유자원이며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자연계를 구성하는 모든 종들은 다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그 균형을 깨는 일은 어느 구성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인간도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생태적 제한 속에서 살아야 하고 환경지킴이로서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그 일부만이라도 잃을 경우 인류의 존재 이유와 기원의 비밀을 푸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맞게 된다.
그래서 국제연합(UN)은 2010년을 '생물다양성의 해'로 정하고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며 인류에게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는 특별히 감동적인 행사가 열렸다.
연주가 어느 정도 진행된 즈음 바이올린 연주자 한 명이 조용히 일어나 악기를 챙겨 무대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또 다른 연주자가 역시 조용히 무대를 떠났다.
음악은 계속 되었지만 연주자들과 함께 악기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2명의 연주자들만 남았을 무렵 드디어 지휘자마저 무대를 떠나고 나머지 연주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맨 마지막으로 남은 드럼연주자는 매우 낮은 소리로 조용히 드럼을 두드리다가 급기야 그마저 연주를 멈추고 무대 뒤로 나가버렸다.
영문도 모르고 있던 관중들도 서서히 퍼포먼스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 퍼포먼스가 시사하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바로 우리 생태계가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당분간 음악은 계속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리는 작아지고 끝내 음악이 멈추면 우리 모두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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