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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오색 불빛에 취한 윤중로의 밤 벚꽃놀이

 

오색 불빛에 취한 윤중로의 밤 벚꽃놀이

 

주말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벚꽃을 볼수 없겠다 싶어 주중에 여의도로 벚꽃구경을 갔다. 저녁을 먹고 딸래미를 대동하고 세 식구가 느릿느릿 출동했다. 버스를 타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내렸는데 벌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런데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에 꽃이 하나도 정말 한 잎도 없는 거였다.

'바람에 다떨어졌나?' 생각하며 앞을 쭈~욱 보니 100여미터 앞까지 늘어선 나무들에 꽃이 핀건 한 그루도 없었다. 너무 늦게 왔나보다. 이를 어쩌나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나무들 벚꽃나무 아니지?"

 남편이 묻는다. 아! 그러고 보니 아닌것도 같다. 여의도에 있는게 다 벚꽃나무는 아닐테고 이 나무가 벚꽃나무라해도 정말 꽃이 핀 적이 없어보일 정도로 아주 깔끔히 꽃이 다 떨어질리는 없을텐데 하며 서강대교 방면으로 걸어갔다. 멀리 조금씩 벚꽃들이 하얗게 보이는듯 했다. 점점 다가가니 완전 만개한 벚꽃이 아슬아슬 바람에 흔들리며 꽃비를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국회의사당 뒷편으로 길을 잡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벚꽃나무는 올려다보는 것이라 구경하기에 짜증스럽지는 않았다. 차선을 막아 차량 통행을 금지 시킨 덕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올해의 구경 중 하나는 거리 화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말이다. 여유로운 저녁시간에 차선을 막아 넓어진 길이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각 화가들마다 개성있게 초상화를 그려 줬는데 와! 정말 잘 그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서비스차원인지 대부분 실제보다 더 잘 그려주는 것 같다는게 준전문가인 딸래미의 감상평이다

 

 

벚꽃 나무들 중간중간 색깔조명등을 아래에서 위로 비추게 해 놓으니 햐얀 벚꽃들이 빨갛게 혹은 파랗게 혹은 주황이나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 입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안전과 치안유지를 위해 파견 근무하는 경찰들은 한편에서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모습도 보였다. 

 

'민중의 지팡이'답군. 우리는 웃으며 지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맥반석 오징어 구이 냄새. 다른 때보다 노점상이 많이 안 보여 올해는 꽃냄새좀 맡겠다 싶었는데 오징어 구이 냄새가 더 진하게 풍겨온다. 작년에는 커피 장사가 많아서 정말 내내 커피 냄새만 맡고 왔었다. 올해는 비교적 노점상이 적어서 구간구간 꽃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가끔 이벤트처럼 강바람이 불어 꽃눈이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려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땐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동영상 찍기에 바빴다. 사진으로는 잘 나오질 않는다. 길이 끝날 때까지 4-5번 정도는 꽃눈을 맞았으니 이런 행운이 없다. 그 광경은 정말 ...말로 할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하다.

 

 

기티를 치며 맨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도 있고 확성기를 통해 연주를 하는 밴드도 있었다. 유모차 타고 나온 아가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온 장애인도 있었고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 등의 다국적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꽃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