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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전통시장을 찾아서:석관시장] 착한가격이 주는 즐거움



석관시장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맛있는 점심만 먹고 올 생각이었다. 그래서 '석관황금시장' 입구에 있던 '통큰전집'을 눈여겨 두었다. 이따 나올 때쯤이면 문을 열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시장을 둘러보았다.


첫번째 약재 달이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더니 두번째 번데기 냄새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배가 고파질 시간인지라 내 의지와 관계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맛있어 보였는데 나중을 위해 '허기'를 꼭꼭 저장해 두기로 했다.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내 발걸음은 빨라져 나는 저만치 앞에 가고 남편은 저만치 뒤에서 사진 찍느라 얘기하느라 느릿느릿 오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말이
" 여기 시장 떡볶기 집이 어디에요?"
" 조금 더 올라가면 왼편에 있어요."

지나가던 사람이 시장 상인에게 묻더니 그집 떡뽁이가 맛있다고 하며 같이 온 사람을 데리고 지나갔다.

'그래! 그거 먹어봐야 겠군' 나는 생각하며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슬슬 걸어 올라갔다. (위 사진의
아저씨는 블로그 출연(?)을 특별히 부탁하셨다
)

간판은 화장품가게인데 유리 문에 시장 떡볶이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불투명한 유리문은 안이 잘 안보였는데 거기에는 '포장만 가능' 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가격은 1인분에 5천원, 생각보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맛이 더 궁금하다. 내부가 좋아보이지도 않고 위치가 썩 좋은 것도 아닌데 비싸 보이는 떡볶기의 맛이 아주 궁금했다. 포장할까 고민도 했는데 집까지 한참을 가야하는지라 다음을 기약했다.


다시 거꾸로 내려가면서 시장 중간쯤 도넛 가게에 들러 꽈배기와 어묵을 먹었다. 이 집은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시장에서 우리집이 가장 장사가 잘 된다고 사장님이 아예 대놓고 자랑하신다. 뭐든 천원에 3개이니 2-3천원치만 사도 양이 아주 많다. 만두나 찐빵도 크기가 크고 속도 많이 넣으신다. 하지만 전을 먹기 위해 공간을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간단히 먹었다.


아까 시장을 올라가면서 야채가게에 오이가 있나 봤는데 오이가 있는 야채가게가 없었다. 다시 내려가면서 물어봐야겠다 하면서 파프리카가 보이는 가게에 들렀다. 2개가 2천원이다. 얼마전 동네마트에서 오이가 2개에 3200원, 파프리카 2개에 3990원이라 살 엄두를 못냈는데 파프리카 크기가 약간 작지만 가격이 싸서 파프리카를 사고 오이를 물어봤더니 너무 비싸서 못가져온다고 했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서로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하신다.

삶은 시래기 한묶음를 1000원에 사고, 브로콜리도 1000원에 사고 호박도 1000원에 샀다. 얼마만에 호박을 사는지 모르겠다. 여튼 5천원으로 갖가지 채소들을 샀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속옷을 파는 가게가 바로 맞은편에 있다. 진열된 트레이닝 복이 눈에 띄길개 잡아봤더니 긴 바지뿐이다. 반바지가 필요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이 없다.

한참을 불러도 없어서 그냥 가려는데 저만치서 주인 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뛰어 오신다.

"이거 반바지는 없어요?"
"아직 안나와요. 5월쯤이나 되야 ..."
" 작년 재고도 없어요? 긴 바지는 잘 안입어서요."
결국 반바지는 못 샀다.

거기쯤부터 약재 달이는 냄새가 났고 혹시 추울 때 가볍게 달여 마시면 좋은게 뭐가 있을까 물어보러 천천히 약재 가게로 향했다. 그러다 칡즙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 위가 안놓은 딸래미에게 칡즙을 먹여 보라고 한 말이 떠올라서
"여기 칡즙도 있네"  했더니 사 가자고 한다. 나는 내가 먹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여자애라 너무 쓰면 아무리 좋다고해도 먹지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1봉지에 500원이라 일단 1봉지를 사려고 들어갔다. 맘씨가 좋게 생기고 말투도 선한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바닥에 엄청나게 쌓인 다려진 칡즙을 포장하고 계셨다. 나는 1봉지 먹어보고 사겠다고 하고 조금 마셔봤는데 첫 맛은 쓰고 너무 진하다. 어릴 적 먹어봤던 칡즙은 이렇게 쓰지는 않았던것 같았는데 ....

남편이 먹어보더니 진하고 아주 좋다며 한 박스 포장해서 가져 가자고 한다. 집까지 저걸 어떻게 들고 가려는지.... 결국 50봉지 한박스를 샀고 덤으로 6봉지를 더 주셨다. 덤으로 주신 6봉지를 가방에 넣는데 아직 따스하다.

그리고 얼른 전집으로 가서 모듬전을 먹어야 겠다고 서둘렀는데 이런!! 아직도 문을 안열었다. 옆집 족발집은 장사 준비를 하는것 같은데 말이다. 시장안으로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장 본 물건들 때문에 지하철 역으로 가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여곡절끝에 우린 짬뽕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게 아닌데....뭐람....
그래도 내 손엔  5천원어치 장 본 보따리가 있고, 남편 손엔 애들 먹일 따뜻한 칡즙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