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가까이 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게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낮의 길이만큼이나 피부로 느끼는 차이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아침 기상시간이다.
괜히 겨울에는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다. 이미 자명종 시계는 기상 시간을 지났음을 알리는데도 창 밖은 아직 컴컴하고 몸에서는 더 자야한다고 난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똑같은 기상 시간인데도 눈이 쉽게 떠지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단지 달라진 것은 창 밖이 겨울보다는 훨씬 더 환해졌다는 사실이다.
생체 시계의 역할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은 특별히 밤을 새거나 힘든 일을 해서 신체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 대개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그 이유는 몸속에 '생체 시계'라 부르는 일종의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생체시계의 역할은 하루의 시간을 감지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체 시계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24시간이라는 주기가 일정한 것은 아니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의 수면 시간은 밤이 긴 겨울이 되면 여름에 비해 조금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겨울에는 따뜻한 이불(절대 이불이 원인은 아니다)에서 눈을 뜨기가 더 힘든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수면 시간 변화의 원인, 바로 빛 = 멜라토닌
수면시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생체 시계에 영향을 주는 빛 때문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눈 뒤쪽에 있는 망막에 상으로 맺힌다. 망막은 뇌와 시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신경은 뇌 쪽으로 가다가 중간에 서로 교차하게 되는데, 이를 시상하부 교차상핵(SC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것은 양쪽 눈의 시신경이 하나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즉, SCN은 두 눈이 바라보는 사물의 영상을 통합해 원근감과 입체감의 형태로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SCN은 사물을 인식하는(다른 표현으로 '보는') 역할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다.
SCN은 아침에 눈을 뜨면 빛의 양을 감지해 뇌의 솔방울 샘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솔방울 샘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 부위이다. 사람의 신체 리듬은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잠이 쏟아지고, 적게 분비되면 잠에서 깨게 되는데, 이 멜라토닌의 양이 SCN에서 감지된 빛의 양에 의해서 조절된다.
▲ 나이에 따른 멜라토닌 분비량 변화(pg = 피코그램, 1조 분의 1그램)
빛의 양이 적은 밤이면 멜라토닌이 많아지고, 반대로 빛의 양이 많아지면 멜라토닌이 적어진다. 하루 중 멜라토닌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 오전 2시인 한 밤중이고, 사람의 나이로 볼때는 만 다섯 살쯤에 멜라토닌 양이 최고치에 달했다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이제 겨울날 아침 기상시간이 여름날보다 일어나기 힘든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흔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나이가 많아지니 잠이 줄어든다고 하신다. 그 이유도 바로 멜라토닌의 양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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