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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케이시 애플렉의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죽어야만 잊혀질 슬픔

 

케이시 애플렉의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하루 종일 아니 일년 내내 종종걸음으로 묵묵히 일만 하는 아파트 관리 잡부 리의 표정은 확실한 답변을 기다리는 입주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능력한 것은 아닌데 리의 일상은 어제 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이 있을 뿐이다.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맨체스터는 원래 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형과 함께 배를 타며 어린 조카와 즐거운 때를 보냈던 추억이 떠 오르지만 리는 그 곳에 가고 싶지 않다.

병원에서 형의 주검을 확인하고 학교에 있던 조카를 데리고 집으로 가면서 리는 빨리 이곳 일을 정리하고 보스턴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형은 유언장에 리를 조카의 후견인으로 정해 놨고 조카는 맨체스터를 떠나기 싫어한다. 

띄엄띄엄 보여지는 리의 기억들이 그가 왜 맨체스터에 머물고 싶지 않은지를 알려 준다. 어떤 위로의 말로도 리의 슬픔을 보듬어 줄 수가 없다.

온전히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큰 슬픔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보다 큰 자책과 함께 리를 지금까지 억눌러 왔고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힐듯 하다. 

 

죽어야만 잊혀질 슬픔

리에겐 형의 죽음이지만 피트릭에겐 아버지의 죽음이 현실로 닥쳤다. 이제 16살인 패트릭은 죽음, 장례식, 아버지의 부재, 낯선 곳으로의 이사등등 여러 가지 일들이 여러 가지 감정으로 패트릭을 혼란에 빠뜨린다.

지나간 과거의 슬픔에 괴로운 어른 남자와 현실의 슬픔과 미래의 불안에 괴로운 어린 남자의 좌충우돌 짧은 동거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조금 열린 결말쯤(?). 하지만 통속적인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멍한 표정에 축 쳐진 어깨로 그가 얼마나 깊은 슬픔에 잠겼는지 그대로 표현한 케이시 애플랙의 연기가 영화에 몰입하도록 했다.

 

동서양 문화 차이겠지만 장례 절차와 조문객들의 모습이 흥미롭기도 했던 매력적인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