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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서양의 바람둥이 돈 후안과 카사노바, 그들의 사랑방식은?

 

서양의 바람둥이 돈 후안과 카사노바, 그들의 사랑방식은?

 

 

007 영화의 특징은 항상 영화의 마지막에 제임스 본드와 여주인공의 사랑 장면이다. 처음엔 냉정한 캐릭터로 그려지던 여성도 제임스 본드와 지내다 보면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물론 설정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의 제임스 본드는 여성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친절함과 남성미를 두루 갖춘 바람둥이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에는 제임스보다 훨씬 앞서 태어난 진정한 바람둥이가 있다. 바람둥이를 얘기할 때면 이 두 사람은 빠지지 않는다. 바로 돈 후안과 카사노바이다. 이들의 사랑 방식은 정반대였지만 인생 목표가 여자를 꼬시는 일이었다는 점에선 같았다.

 

그러면 바람둥이의 대선배격인 두 사람의 사랑 방식을 탐구해 보겠다.

 

 

 

문학 작품 속의 주인공, 정복만이 나의 목표

 

돈 후안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17세기 에스파냐의 작가인 티르소 데 몰리나의 작품 『돈 후안,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에 등장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작품 속에서 그려진 돈 후안은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유혹하여 파멸시키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은 인물이다.

 

돈 후안은 상대하는 여자의 신분,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나폴리의 공작부인, 어부인 젊은 여자, 심지어는 막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까지도 가리지 않고 상대가 여성이면 다 유혹하는 난봉꾼이다.

 

 

 

 

 

그러한 돈 후안의 인생 목표는 여성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아닌 오직 정복에 있다. 소설 속의 돈 후안은 자신의 인생을 "한 여인을 우롱하여 명예를 빼앗아 버리고선 그녀를 차버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삐뚤어진 인생을 살던 돈 후안은 사랑을 타락시키고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천벌을 받아 지옥에 떨어진다.

 

만약에 돈 후안과 같은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 현실에 있다면 그의 말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옥에 가기 전에 유치장에서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며 살다가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는 권선징악의 말로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러나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후대의 예술인들이 소설 속의 돈 후안을 사랑에 올인하는 낭만적 사랑의 순교자로 묘사하였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모자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는 주인공을 천벌을 받는 악한이 아닌 사랑의 순교자로 묘사했으며,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도 돈 후안을 소설처럼 악인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 난 단순한 바람둥이가 아니야!

 

돈 후안이 문학 속의 가상 인물인 데 반해 카사노바(1725~1798) 18세기를 살다간 실존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제임스 본드같이 훤칠한 용모에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그 시대 최고의 바람둥이였다.

 

 

 

 

 

그러나 카사노바의 사랑 방식은 돈 후안과 달랐다.

"나는 세상에서 여성을 기쁘게 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을 알지 못한다. 나는 언제나 여성을 사랑했고, 또 여성에게 사랑 받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 카사노바의 사랑 철학입니다. 아마 지금의 여성들이 들어도 반할만한 사고 방식이다.

 

마인드 측면에서 돈 후안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러한 사랑 철학을 갖은 카사노바는 평생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적어도 한 여자를 만나는 동안에는 오직 그 여인에게만 충실한 작업남이었다.

 

그래서인지 돈 후안과는 달리 카사노바가 여인을 떠난 뒤에 그녀들은 카사노바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사노바는 단순히 여자만 밝힌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루소, 볼테르, 괴테 등과 교류하는 최고 지식인이었다.

 

그러한 카사노바였기에 말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를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자서전이 없었다면 카사노바의 진면목은 단지 바람둥이로만 왜곡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카사노바의 자서전에는 그가 만났던 120명의 여성(남성도 있음)들과의 사랑이야기가 빼곡히 들어 있다. 이 시대 최고의 바람둥이를 꿈꾸는 남성이라면 필독서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쓰여진 카사노바의 자서전은 201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3,700쪽에 달하는 원본을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에 공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