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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핸드폰의 역습


1년 전 이맘때쯤 인터넷 업체를 변경하려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완전 최신형의 동생쯤 되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었다. 

워낙 기계치인지라 그 많은 기능을 이용할 줄도 모르고 이용할 일도 없는데 딱 한가지 인터넷으로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있어 그 한가지 편리함만 보고 바꾼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기계치에 스마트폰 초보라는걸 얘도 알아버렸는지 내 터치에 무반응을 보이거나 엉뚱한 결과물을 보여줘 사람 속터지게 하더니 밧데리는 왜 이리 빨리 떨어지는지 2-3일에 교체하던것을 매일 또는 24시간도 안되어 교체를 해야만 하는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문자의 자판이 전에 핸드폰이랑 달라서 손에 익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는데다가 크기가 커서 한 손에 들어오지 않아 두손으로 작업(?)을 해야하는 것도 나에게는 비효율적이고 큰 불편거리였다.
 
내 핸드폰에 호기심을 갖는 다른 이들은 저마다 이것저것 내게는 별로 쓸모없는 기능들을 알려주겠다며 만지작거리니 내 손안에 있는 시간보다 남의 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우린 서로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고 어서 빨리 1년이 지나가 작은 핸드폰으로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며칠후 사건이 터졌다.
그날도 역시 내 핸드폰에 강한 호기심을 가졌던, 내게 스마트폰을 강력하게 추천했던 우리집 그 분이 내 핸드폰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겠다며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밧데리가 빨리 소진되는 것은 핸드폰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어느정도 해결되어 진다는 말이 설득력 있어보여 조심스레 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핸드폰과 컴퓨터를 연결하고 프로그램 실행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도....기다려도... 완료가....되지...않는다... 전원을 껏다 켜도 ... 안된다... 밧데리를 교체해도 안되고...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 서비스센타도 문닫고... 월요일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급히 연락 올 곳이 있는데... 이런 젠장...

이지경으로 일을 만드신 그 분이 한마디 하신다.

"이거 잘 모르겠지만 저장된 정보도 다 날아간거 같은데..."
"어떤... 정보...?" 
"전화번호나 문자 이런거... 다 초기화 된거 같은데..."
"초기화가 ...뭔대...?"
"다 없어지는거"

헉!! 이런 된장!! 어쩔겨!!

월요일 아침 일찍 가까운 서비스센터로 가니 정보하나 없는 완전 깨끗한 새 핸드폰으로 거듭 나야만 한단다. 수리비는 무료이고 시간도 얼마걸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였다.

다른 전화번호나 중요한 문자들은 전혀 복구가 되지 않으니 일일이 새로 입력을 해야만 하는데 가족들 번호야 물어보면 되는데 친구나 지인 기타 병원이나 학원등 중요한 기관 번호는 가서 알아보지 않는 한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친구들과 지인들 이름으로만 클릭을 해서 전혀 번호의 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첩도 없다 . 따로 내용을 백업 받아놓지도 않았고 상대방이 전화를 걸어오기 전까진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통화내역을 조회해서 일부 복구를 하라는데 한참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이들은 어찌할꼬.
망했다. 완전 사회적으로 매장될 판이다.

얼마 후면 추석이라 연락할 곳도 많은데 이를 어쩐담.

번호는 모르지만 장소를 아는 가까운 곳은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하고 그나마 장소를 모르는 곳이나 집을 모르는 사람들은 찾기 쉬운 그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번호를 알아내야 한다.

그나마도 안되면 멀더라도 직접 찾아가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결국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게 생겼다.

망연자실해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얘가 날 일부러 애먹이려고 그랬나? 저를 싫어하는걸 알고...'

고기능 고성능의 자신을 제대로 활용치 못하는것에 대한 복수인가?
아님 저를 이뻐해 달라는 투정인가?  애정결핍의 표현인가?

어찌됐든 서비스센타에 다녀온후 터치감도 좋아졌고 내말도 잘듣는 것 같긴 하다.

이젠 핸드폰을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잘 있는지(제대로 정상작동되는지) 자주 자주 확인해 보고 애정어린 눈길도 주고 손길도 주고 있다.


부디 이 거짓마음이 내년 이맘때까지 들키지 않고 지나가야 할텐데 걱정이다. 
만약 본 마음을 알게된다면 그땐 혹시 얘가 터질지도 몰라 무지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