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
'왜 친구가 때리는데도 같이 노니?'
'그런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러면 언제 노냐고...나는 놀고 싶은데'
왕따와 은따가 난무하는 초등학교의 교실 풍경. 영화 보는 내내 마음 한켠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내게 어린 윤이의 말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래 아이들은 그렇게 크는 거지. 싸우다 화해하는 건 다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편을 갈라서 게임을 해야하는 놀이에서 선이는 끝까지 지목되지 않았다. 기대감에 부풀다 점점 시무룩해지는 선이의 표정 변화가 이 영화의 전체 이야기를 예상케 했다.
왕따 당하는 선이는 어떻게든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는데 친구들은 선이를 밀어 내기만 한다.
나는 같이 놀고 싶은데....
친구야, 이제 그만 싸우고 놀자
전학생 지아와의 관계는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개학이 되면서 지아는 저편으로 가 버리고 다시 선이는 혼자가 되었다. 선이는 지아의 배신감과 함께 다시 혼자가 된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지아에게 다가가려던 선이의 노력은 새로운 오해와 갈등을 가져오고 몸싸움을 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이제 더 이상 지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싶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선이와 한부모 가정의 지아는 다른 아이들에겐 비정상적인 아이로 비춰지나보다. 선이와 지아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이다.
어른들 혹은 부모들의 결정과 판단에 의해 아이들이 상처 받고 외로워 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지 못하는 상황은 더욱 안쓰럽고....
선이의 어린 동생 윤이의 해맑은 대답에 선이는 없던 용기를 내어 지아에게 손을 내민다. 지아가 다시 선이의 손을 잡을지 모르지만 선이는 이제 친구와 싸우며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놀기에도 시간이 모자른데 싸우긴 왜 싸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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