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 이준기의 영화 '플라이 대디'
고대하던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주택 대출도 7년이나 남았다. 지금 사건을 벌이기엔 아빠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정의로운 아빠의 모습을 기다리는 딸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다.
그래서 아빠는 짱가가 되기로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물같은 딸아이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둘겨 맞은 것도 눈이 뒤집힐 일인데 가해자 앞에서 큰 소리 한 번 못치는 아빠는 죽고 싶을만큼 가슴이 쓰리다.
왜 가해자 놈은 고개 빳빳이 들고 당당하며 피해자인 우리 딸과 아빠는 숨죽여 울지조차 못하는가 말이다. 정의가 무언지는 아는데 정의가 내 편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이미 스스로에게 충분히 실망스러워 자책하는 아빠를 딸은 시선을 거두었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처럼 나타나서 구해준다더니 생각이 많아진 짱가 아빠의 멈칫거림에 딸은 실망이 큰가 보다.
그러나 아빠들은 이해할거다. 왜 짱가로 변신하는게 힘든지 말이다.
누군가 짱가가 되서 나타나주면 고맙지만 내가 짱가가 된다는 것은 예상되는 불미스런 뒷일까지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짱가 아빠가 나가신다
키 작고 소심해 보이는 아빠와 달리 학교 짱으로 보이는 승석이 역할엔 이준기가 열연을 했다.
왼쪽 뺨의 범상치 않은 상처와 칼날처럼 늘어진 앞머리 여유있어 보이는 몸놀림이 예삿놈이 아님을 보여 주지만 어쩐지 이문식과의 조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준기가 너~무 빛났다고 해야 하나....
'공포의 저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주눅든 짱가 아빠에게 배짱이 뭔지 가르쳐 주려는 어린 스승의 한 마디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40일동안 몸 만들며 열심히 훈현했는데 처음부터 지독하게 맞다가 막판에 겨우 몇 대 때리는 장면은 좀 아쉬웠다.
답답한 속을 풀어줄려면 강력한 펀치 몇 대 더 나갔어야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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