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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덕포진 둘레길을 가다, 그리고 길 잃은 백구를 만나다

 

 

덕포진 둘레길을 가다, 그리고 길 잃은 백구를 만나다

 

 

 

대명항에서 시작되는 덕포진 둘레길을 걸어보자고 대명항으로 길을 나섰다. 대명항이 가까워오자 정체가 시작됐다. 알고보니 도로 공사를 하느라 차선 2개를 막아놓는 바람에 병목현상이 일어난거였다. 연휴라 차량이 많아지는데 왜 이때 공사를 시작하나 궁금증때문이었는지 대명항은 오른쪽으로 빠져야 하는데 왼쪽으로 가는 바람에 돌아가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연휴인데도 대명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함상공원을 구경하며 둘레길 지도를 보니 코스가 해변도로를 따라 가다가 마을로 들어와 다시 대명항으로 돌아오는 100분정도의 코스다.

 

 

 

산도 아니고 이정도면 식은죽 먹기라 생각하고 평화누리길 문을 통과하는데 아치형의 문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생각되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왼편으로는 철조망이 높이 쳐져 있고 철조망 사이로 갯벌과 바다 건너 강화도가 보인다. 배를 타면 5분이나 걸릴까?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바다가 아니라 강 건너 마을처럼 보인다. "저기가 혹시 북한 아닌가?" 남편의 말에 한바탕 웃으며 "그래서 철보망을 쳐 놨나?" 군데 군데 초소도 있었는데 군인은 한 명도 없었고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상을 한 나무가 유리창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이제 모내기를 한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벼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논 물 속에 줄을 맞춰 심어져 있다.

 

 

 

 

 

햇빛을 막아줄 나무가 없어 한 낮 땡볕을 그대로 받고 걷자니 머리가 뜨거워 지기 시작할 즈음 저 멀리 덕포진 모습이 눈에 띈다. 그곳은 나무도 잔디도 잘 가꾸어져 있었고 운치있는 벤치도 있어 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곳이었다.

 

 

 

 

바다를 바라볼수 있는 명당 자리는 벌써 임자가 있었지만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빈 벤치도 있어 골라 앉아도 되었다.

 

 

 

 

 

덕포진은 조선시대 지형을 이용해 포대를 설치한 군영으로 신미양요때는 미국 함대와 병인양요때는 프랑스함대와 전쟁을 치뤘던 격전지이다. 15기의 포대중 7기가 복원 되었고 6문의 포는 중앙박물관, 덕포진 유물전시관 전쟁기념관 독립기념관에 분산되어 보관 전시되고 있다.

 

 

 

 

덕포진 전시관에 들렀다 길을 잘못 들어 2가구 3가구 띄엄띄엄 집들이 있는 마을로 들어서게 되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일만큼 마을은 고요했다.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들이 많았고 바람은 너무나 시원했다.  

 

 

한참을 가다 만난 분에게 대명항으로 가는 길을 여쭈니 우리가 길을 잘못들어 왔다며 걸어가기에 머니 근처까지 태워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너무 지쳤던지라 감사히 차를 얻어타고 가기로 했다. 큰 길 가까이 내려주시면서 곧장 가면 대명항 표지판이 보일거라 하셨다.

 

♣ 

 

길을 따라 걷다가 저만치 앞에 강아지 한마리가 보였다. 꽤 먼 거리라 강아지를 보며 걷는데 그 녀석이 차로로 슬금슬금 들어간다. "어 어 ..."

 

한산한 길에는 차들이 전 속력으로 달리며 지나는 길이라 강아지가 빨리 건너 가기를 속으로 바라며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가던 길을 돌아 나온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올때쯤 차 한대가 속도를 줄이며 녀석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당황한 녀석은 차 앞에서 전력질주를 한다. 차는 그 뒤를 천천히 쫓고 있고...3차선으로 옮길 것 같은데 3차선으로 오는 차가 있다.

 

 

 

이런! 차도 강아지도 사고 나게 생겼다. 3차선 차는 멈추고 당황한 강아지는 다시 중앙선쪽으로 도망간다. 멀리서 강아지를 지켜봐야만 하는 우리는 계속 "어 어 안돼. 거기 아니야, 이쪽으로 나와" 제각각 들리지도 않을 주문을 강아지를 향해 보냈다.

 

중앙선을 넘어갔나 싶어 안심했는데 맞은편 3차선 끝에서 안전한 곳으로 가지 않고 우물쭈물 거린다. 저 멀리서 속도를 내며 차 한대가 달려오고 있는데 말이다. 남편이 휘파람을 불지만 거리가 멀고 차들이 속도를 내는 곳이라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다행히 속도를 내던 차는 강아지를 피했지만 핸들을 급히 꺽는 바람에 갓길에 위험스레 정차했고 운전자가 놀란듯 한동안 출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차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녀석은 완전히 반대편 길 안쪽으로 들어갔고 보던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나는 사고현장을 보게 될까 무서웠는데 차도 강아지도 사고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남편은 "저 녀석 오래 살겠네" 라며 비닐하우스 사이로 사라지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이 타서 물을 얼마나 들이켰던지....

 

♣♣

 

 

 

길을 잃어 둘레길을 다 돌아보지 못했지만 길을 잃다 잘못 들어간 마을의 고요함과 시원했던 마을길이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