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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유유상종의 최고봉, 주인과 개가 닮는다

 

유유상종의 최고봉, 주인과 개가 닮는다

 

유유상종은 같은 무리()끼리 서로 사귄다(모인다)는 뜻으로, '끼리끼리'라든가 '초록은 동색'이란 말도 있다. 또는 '똥은 똥끼리 모인다' 등의 어느 정도는 비꼬는 말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 뜻이 어떻든 유유상종의 예는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뚱뚱한 아버지에 뚱뚱한 아들, 깡마른 아버지에 깡마른 아들의 조합도 그 중에 하나이다. 부자지간에 닮는 경우는 대부분 유전자 탓이 크겠다.

 

그런데 유전적으로 연관이 없는 부부도 닮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는 오래 같이 살면서 같은 음식에, 비슷한 생활습관 등의 환경적인 원인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개도 주인을 닮는다'는 가설

 

앞에서 살펴본 예들은 사람들간에 닮은 경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이 가지만, 개와 인간은 DNA가 달라도 한참 다른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고 반문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들 중에는 이런 쓸모없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고귀한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과학자들의 위대함은 이처럼 쓸데없는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는 비효율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위 사진의 개는 핏불테리어이다. 한마디로 성질 더럽게 생긴 모습이 그리 정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 핏볼테리어는 어떤 주인에게 어울릴까? 아마도 온 몸에 문신을 한 터프한 오토바이족들이 아닐까.

 

 

 

 

 

위 사진의 호리호리한 개는 아프간 하운드이다.

이런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앞에서 말한 오토바이족은 어울리지 않는다.

 

TV 광고에서 쇼핑백을 든 늘씬한 미녀가 아프간 하운드를 끌고 지나가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스키, 바센지, 스패니얼, 비글>

 

 

개가 주인을 닮는다는 코믹한 가설의 증명에 애쓰는 사람은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개 전문가인 스탠리 코렌이다.

 

코렌은 만약 사람들이 자기와 닮은 동물에 끌린다면 귀가 드러날 정도로 머리가 짧은 여성은 귀가 쫑끗한 허스키나 바센지 같은 품종을 선호할 것이고, 머리가 긴 여성들은 비글이나 스패니얼 같은 품종을 선호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이 예측은 적중했고, 개와 주인의 유사성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가설에 대한 검증

 

개와 주인이 닮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이에 대한 이유로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 번째 주장은 수렴설이다.

 

부부가 해가 갈수록 닮아가듯 오래 살다 보면 주인과 개가 비슷해진다는 주장이다. 비만인 사람의 개가 비만일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 개와 주인은 한솥밥 식구이니까.

 

두 번째는 주장은 선택설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자기와 닮은 애완동물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이 가설이 사실 이려면 잡종보다는 순종인 개가 닮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잡종 강아지는 어른이 되었을 때 생김새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에 두 가지 주장은 가설이며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공원에 나가 주인과 개의 사진을 따로따로 무작위로 찍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주인과 개를 짝짓게 했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순종견과 주인을 3분의 2 정도 맞추었다. 이 정도면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