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런 경우를 보기가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한 후 계산할 때쯤 되면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진다. 특히 술자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는 사람, 갑자기 멀쩡한 구두 끈을 다시 풀었다 메는 사람, 어찌 보면 대한민국 가장들의 눈물 어린 절약정신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에 반해 '오늘은 내가 쏜다' 하고 호탕하게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날만큼은 최고 인기남(녀)이 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한국인의 한턱 문화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가 바로 '코리언페이' 이다.
이는 분명히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식사 후 각자 음식값을 나누어 내는 행위인 '더치페이'에 대한 반감도 반영된 말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의 정서상 조금은 이기적인 느낌이 들 수 있는 '더치페이'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더치~'의 원래 의미는
더치페이는 함께 음식을 먹은 뒤 음식값을 각자 내는 것을 말하며, 요즘은 젊은이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지출 행태로 자리잡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같이 음식을 먹고 통 크게 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내는 것이므로 다소 이기적인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네달란드의'란 뜻의 'Dutch'와 '지급'의 뜻인 'pay'를 결합한 'Dutch pay'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이지만 Dutch pay가 올바른 영어는 아니다. 올바른 영어로 '각자부담'은 'Dutch treat'이고, '각자 부담하다'는 'Go Dutch' 이다.
따라서 "각자부담하자"라고 하려면 "Let's go Dutch."가 정확한 표현이다.
이런 계산법에 하필 '네덜란드'가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보다 일찍 해상무역에 손을 댄 네덜란드는 17세기 중엽 강력한 국력을 자랑했다. 이때 똑같이 해상세력의 확대를 꾀하던 영국과 갈등이 생겨 무려 3년여에 걸친 전쟁을 벌이는데, 이때 생긴 경멸과 증오가 영어에 나타난 것이 'Dutch' 이다.
즉, 'Dutch'는 원래 '독일의'란 뜻이었는데 3년 전쟁 이후 '네덜란드의'란 뜻으로 변하였고, 이 말이 붙으면 '냉소적인'이란 뉘앙스가 풍기게 되었다.
'Dutch'가 들어간 어휘들
의외로 'Dutch'가 들어간 어휘들이 많다.
대부분의 뜻이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라 'Dutch'의 뉘앙스를 다시금 알 수 있다.
'Dutch auction' 값을 깍아 내려가는 경매
'Dutch bargain' 한잔 마시며 맺는 매매계약
'Dutch comport' 반갑지 않은 위로
'Dutch Dutch' 상대를 속일 목적으로 모호하게 하는 말
'Dutch courahe' 술김에 부리는 허세
마찬가지로 '더치페이'도 그런 전쟁이 응어리가 묻어있는 말이다.
만약에 네덜란드 사람과 함께한 자리에서 'Dutch ~'가 들어가는 어휘를 사용하면 좋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기왕이면 더치페이보다 좋은 우리 말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겠다. '각자부담'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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