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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그림형제의 ‘할아버지와 손자’ - 잔혹동화 속에 보이는 고려장

 

그림형제의 잔혹동화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

할아버지는 식사를 하실 때 우리와 떨어져 혼자 드신다. 연세가 많아지면서 이도 빠지고   기운도 없어지면서 할아버지는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게다가 손도 많이 떨려서 식사를 하실 때마다 흘리기 일쑤여서 할아버지 자리는 늘 지저분해 졌기 때문에 아버지와 엄마는 짜증스러워 했다. 움푹하게 파여진 동그란 수프 그릇은 할아버지의 흔들리는 손 때문에 자주 엎어지고 떨어져 깨지기도 했다.  

결국 부부는 더럽고 지저분하게 식사하는 할아버지가 귀찮아 아예 따로 구석에서 혼자 식사를 하시게 했다. 그것을 본 손자가 나무를 깎아 손잡이가 달린 네모 반듯한 수프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그것을 왜 만드냐고 묻자

"나중에 아버지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 손을 떨며 식사를 하실 때 수프가 쏟아지지 말라고 만들었어요."

부부는 아이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느끼고 할아버지를 다시 가족의 식사자리에 모셔서 함께 식사를 하였다.

 

 

 

동화로 보는 세상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들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체력저하와 함께 모든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특히 이가 빠지면 먹는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노인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노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부부가 할아버지의 식사 습관에 대해 비난 하기 전에 왜 그럴까 생각해 봤어야 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결과만 가지고 할아버지를 식탁에서 밀어냈다. 사려 깊지 못한 부부의 모습이 우리들 모습인 것 같아 부끄럽다.  

사람은 자신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게 되므로 젊은 세대가 노인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화 속의 할아버지처럼 다 큰 성인이 지저분하게 흘리며 밥을 먹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사려 깊은 손자의 지혜로움 때문에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은 결국 서로의 오해로 끝나는 불행한 결말도 많지 싶다.

 

 

 

사실 아이가 만든 그릇은 할아버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부모가 늙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는데 똑똑한 아이가 부부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일부러 그리 말한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를 만든 이의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할아버지가 아닌 부모를 위한 것이라는 아이의 대답이 훨씬 더 감동을 준다.

 

 

고려장의 진실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에 이 동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가 늙은 할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 속에 가서 버렸다. 돌아가는 길에 지게를 버리고 돌아가는데 따라 갔던 아이가 아버지의 지게를 집어 다시 어깨에 메었다.

아버지가 그걸 왜 가져가냐 물으니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제가 써야죠라는 말을 듣고 버려둔 노모를 다시 집으로 모셨다는 고려장에 대한 설화이다.

어른들이 간과하는 효를 어린아이를 통해 다시 배우고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는 상황은 다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나 생각이 비슷하다는 하다는 걸 느끼게 한다거리로는 동서양이며 시대도 몇 백 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말이다.

 

 

 

고려시대 때 있었다는 고려장, 실제 고려와는 무관한 풍습이라고 한다. 현재 내몽고 지역에 기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행해지던 기로장이라는 장례풍습이 발음이 비슷한 고려장이라는 말로 둔갑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로국의 기로장도 부모를 내다버리는 풍습은 아니었고 4가지 장례풍습 중 매장하지 않고 자연상태에서 부패하도록 하는 풍장이 와전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를 미개하고 반 인륜적인 나라로 보이기 위해 기로국의 풍장을 고려장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한다. 실제 일본인 학자가 기로국의 풍장을 고려장으로 왜곡해 외국 서적에 발표하고 외국인들은 그 책을 인용해 한국에 사람을 갖다 버리는 고려장이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일본의 나쁜 의도가 담긴 고려장 이야기를 자기비하 하듯 우리 풍습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고려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