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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내가 다 길렀어 - 장터 할머니는 수퍼우먼?

  

장터 할머니는 수퍼우먼?

시어머님이 사시는 곳은 경기도 인근 수도권이다.

일주일에 한번 아파트내에 장이 서는 날이면 특별히 살게 없어도 사람구경도 할겸 둘러보시곤 하신다.

예전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고등어 자반을 가져 오는 생선 장수가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생선가게가 빠져서 서운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5일에 한 번 열리는 재래시장의 장날은 규모면에서 아파트 장날과는 다르기 때문에 오일장이 훨씬 흥미롭다.

몇 년 전 처음 가 본 장터 풍경은 생소하기도 하면서 어렴풋 어릴 적 기억도 나게 해서 설레는 마음에 다리 아프도록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몇 번 가보니 이젠 익숙해져서 뒷짐지고 어슬렁 거리며 둘러보는 여유를 갖게 됐다.

작은 보자기에 몇몇 곡식을 담은 보자기를 풀어 놓은 할머님들과 제법 양이 많은 채소들을 펼쳐 놓은 아주머니들은 손수 농사 지은 것이라며 손님들 발길을 잡느라 분주하다. 

지난 가을 말린 고추를 사러 어머님과 함께 간 곳에는 고추와 여러가지 곡식들을 펼쳐 놓고 파시는 아주머니가 계셨다. 이미 사기로 약속을 하신듯한데 고추가 좋은지 가격은 괜찮은지 같이 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다 길렀어

아주머니는 직접 기른 고추이며 햇빛에 말린 태양초라 하였는데 고추 빛깔이나 가격은 적정하였다. 아주머니는 고추 외에도 곡식들을 팔고 계셨는데 곡식들도 모두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 하였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고추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아주머니가 펼쳐 놓은 곡식들의 종류는 참깨를 비롯해서 찹쌀, 백태와 수수, 좁쌀, 보리 등 얼추 보아도 10여가지가 넘었다.

아무리 조금씩 농사를 짓는다해도 이 많은 종류의 곡식들을 키울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아주머니는 장날에만 나오시는게 아니라 매일 장사를 나오신다는데 언제 이 많은 농사를  짓고 언제 장사를 하러 나오시는건지. 물론 아주 부지런한 가족들이 농사를 지을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머님은 할머님들이 파시는 것들은 다 직접 농사 지은거라고 믿으신다. 

삐딱한 나는 물건들이 의심스럽지만 어머님의 선택에 딴지를 걸지 않는다. 어머님이 믿는 것은 곡식이나 야채들이 아니라 사람인것 같아서이다.

이번 장날에는 노점상 할머니한테 석류 2개를 5천원에 사셨다고 한다.  펼쳐 놓은 것중에 살 만한 것이 석류밖에 없었다고 하시며 가져가라고 하신다.

어머님은 이것도 할머니가 직접 길러서 따 온걸로 믿고 계신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