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로렌스의 단편소설 '장미원의 그림자'

아내가 2년여 동안 살았다는 바닷가 마을에 찾아 왔지만 남편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내는 창 가에 기대서 바다를 바라보며 추억을 더듬는듯 보이고 그런 아내와 남편은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식사를 위해 상념에 젖은 아내에게 말을 건네자 아내는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남편은 도대체 이 여행에서 우리 부부가 즐거운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곳을 고집하는 이유를 꼭 알아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식사 후 장미원으로 산책을 나갔던 아내는 그리운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였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죽은줄만 알았던 첫사랑의 그남자는 손에 낀 반지에서만 옛모습을 볼 수 있을뿐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깊은 슬픔에 젖어 돌아온 아내에게 남편은 다그쳐 묻는다.

도대체 이곳이 당신에게 어떤 곳이냐고.

아내는 결혼 전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있는 곳임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남편은 화가 치밀어 올라옴을 느끼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한다. 내가 당신을 만나기전에 그 남자를 사랑한것은 당신과 상관없는 감정이었다는게 아내의 말이다. 너무나 당당한 그녀의 솔직함에 남편은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넓은 공간이 생겼음을 느끼고 그 자리를 떠난다.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을 만나던 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유부녀의 솔직한 과거 고백은 남편으로 하여금 분노조차 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결혼한 배우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라도 입을 다물던지 축소를 해야할 판에 아내는 하지 않아도 될만한 감정들을 남편에게 쏟아냈다.

아내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 생겼던 감정들이니 상관하지 말라는 것인데 아내의 말과 달리 아내는 오랫동안 아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마음 속에 옛연인을 담아 두고 꺼내 보고 또 꺼내 보았다. 그 남자를 잊지 못해 이 바닷가 마을을 매년 찾아 오더니 이젠 자신의 옛사랑 이야기를 과감하게 털어 놓는다.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 너무나 지독하고 이기적인 아내의 말은 남편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DH(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차타레 부인의 사랑'으로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작가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6살 연상의 독일 여성과 결혼하여 했으나 전쟁중인 적국의 여자라는 이유로 이들 부부는 감시당하며 살았다.

로렌스의 작품인 '장미원의 그림자'와 '아들과 연인' 그리고 '차타레부인의 사랑' 등은 성적 감성의 과감한 표현으로 이목이 집중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시대 상황과 전혀 다른 여성상을 그린 로렌스의 의도는 제도와 관습에 끌려 다니며 자신을 속이는 여성들 또는 남성들 향한 외침이 담겨 있다.

 


Posted by Zo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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