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사랑스러운 여인 올랜카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는 마음씨가 곱고 동정심이 많은 부드러운 눈동자를 가진 귀엽고 건강한 여인이다.

올랜카의 집에 세 들어 살던 공연 제작자 쿠킨과 결혼 후 그녀는 극장의 살림살이를 맡아 열심히 남편 쿠킨을 도왔으나 쿠킨은 모스크바로 출장을 갔다가 죽고 말았다.

올랜카의 슬픔에 마을 사람들조차 안타까워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목재상을 하면서 그녀를 눈여겨 보아왔던 프스토발로프가 청혼을 했고 그와 결혼하면서 그녀는 행복해 졌다.

하지만 두번째 남편인 푸스토발로프는 감기로 죽고 말았다. 시름에 젖어 있던 그녀에게 수의사 수미루닌이 새로운 행복을 가져다 주는듯 하더니 그는 홀연히 떠나 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백발이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 수의사 수미르닌이 아내와 아들 사샤를 데리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아들에게 관심이 없던 생모는 친정으로 가고 아버지인 수미르닌은 멀리 진찰을 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올랜카는 사샤를 아들처럼 양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올랜카는 잃었던 생기를 되찾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사랑으로 사는 여자

올랜카가 첫번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세상은 남편을 따라 온통 극장 운영과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복했다.

그리고 목재상을 하는 두번째 남편을 만나면서 그녀의 세상엔 온통 통나무, 판자, 서까래, 기둥...이런 것들로만 가득 했다. 그리고 그녀는 행복했다.

세번째 남자 수미르닌은 수의사였으니 그녀의 세상은 온통 가축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래서 올랜카는 더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올랜카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삶이 시들어 가는 그녀에게 어린 소년 사샤의 출현은 생명줄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사샤가 아니었다면 올랜카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시들었을테니 말이다. 이제 올랜카의 세상엔 학교 문제와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행복하다.

 

 

 

올랜카의 일생을 두고 한국적인 정서로 말한다면 '기구'하다라고 말하기 딱 좋은 케이스이다. 남편복 없고 자식 복도 없는 평생 홀로 외롭게 살아야 하는 기구한 여인이다.

책을 읽으면서 올랜카의 삶에 나타나는 남자들, 딱히 이렇다할 존재감도 없고 올랜카의 삶에 큰 자국도 남기지 못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들과 올랜카의 관계 설정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을 열게 한 사샤에 대한 애정을 보면서 올랜카 그녀는 자신이 돌보고 사랑해야할 존재가 있을때만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독한 이기주의가 만연한 작금의 잣대로 본다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누군가에 올인하는 올랜카의 모습이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 하나로 온통 자기를 다 내주는 올랜카의 모습은 어리석고 헤픈 여자가 아니라 더없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적어도 작가의 의도가 팔자 센 여자의 일생을 보여 주려한 것은 아니다.

 


Posted by Zo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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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메리. 2015.05.29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팔자가 기구한 여인의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소재는 없지요

  2. BlogIcon 달빛 2015.05.30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봤습니다. 재밌는 내용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