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사십에 가가운 노처녀 B여사는 C여학교 기숙사 사감 선생이다. 독신주의자임을 자처하는 B여사는 딱장대에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주름진 이마, 숱이 적은 머리를 엉성하게 빗어 넘겨 염소똥만하게 뒤통수에 붙들어 둔 머리, 코에 걸친 돋보기 안경 너머의 쌀쌀한 눈을 가진 B여사는 기숙사 여학생들에게는 지옥 사자와 같은 존재였다. 

 

<사진 출처 : KTV 앙코르 TV  문학관>

 

B사감은 여학생들에게 오는 편지에 대해 특히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는데 혹여 남자에게 오는 것으로 보이는 편지는 영락없이 그녀에게 결렸고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추궁을 당하기 일쑤여서 여학생들을 긴장시켰다.

남자라면 일가친척의 방문이나 면회도 일체 못하게 하였으니 여학생들의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불만을 표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어느 날 밤, 소변을 보러 일어났던 여학생은 이상하고 기괴한 소리에 귀가 쫑긋하였다. 다른 방 여학생들의 수다일까 생각도 했지만 늦은 야밤에 이 정도로 크게 수다를 떠는 것은 이 기숙사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다.

여학생은 다른 친구 둘을 깨워 소리의 정체를 찾아 방을 나섰다. 소리의 정체는 바로 B사감의 방이었고 이들은 용기내어 문을 열었고 경악스런 광경을 목격하였다. 침대 위로 흩어져 있는 편지들 사이를 오가며 B사감은 때론 여자로 때론 남자로 변신하며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을 격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몰래 방을 들여다보는 여학생들은 B사감이 불쌍한듯 혀를 찼다. 

 

 

사랑하고 싶은 여자의 비애

1925년 2월에 조선문단에 발표된 'B사감과 러브레터'는 B사감의 권위적인 모습과 사랑에 대한 모순적인 심리를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다.

1920년대의 작품이라 지금은 쓰지 않는 말들로 표현된 B사감의 성격은 궁금증을 더했다.

'딱장대'는 성질이 사납고 굳센 사람을 말하며 '찰진 야소꾼'은 독실한 기독교인을 말하는 것인데 B사감에게 느껴지는 독실한 기독교인의 이미지는 융통성이 없이 고정된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괴로워하며 타인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인다.

B사감은 이성에 대한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그것이 들킬까 염려되어 과장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려 한다. 그녀는 40이 다 된 초라한 노처녀신세 기숙사의 여학생들은 어리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자괴감도 크고 다른 사람들의 모욕적인 시선까지 감내해야하니 과장된 몸짓이 나오는건 당연하다 하겠다. 결국 그녀도 사랑에 목마른 본능을 가진 한 여자였음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늦은밤 홀로 몸부림치는 B사감의 미친(?) 행동이 불쌍히 보이는 이유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학교 기숙사는 금남의 집으로 여겨지며 여학생들마저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개인적인 기숙사 추억은 없지만 여학생 기숙사의 규칙이나 출입통제에 대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상상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특별할것도 없다고 한다.

간혹 깔끔한 친구와 지저분한 친구가 룸메이트가 되었을 때 분란의 소지가 되지만 결국 급한 놈이 치우기 마련이란다. 그럼에도 지금 어느 여학교 기숙사에 아직도 B사감이 존재할것만 같다.  

 


Posted by Zo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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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건강정보 2015.03.12 0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도 그렇고 가끔 기숙사 생활 관련 얘기들 접하면 내가 해보지 못한것이여서 그런지 더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