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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버럭 아빠와 투덜이 아들의 세계 여행기 '버럭 아빠와 지구 반 바퀴'를 읽고

 

 

버럭 아빠와 투덜이 아들의 세계 여행기 '버럭 아빠와 지구 반 바퀴'를 읽고

 

 

 

 

우진이는 4학년이 되면서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니 그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하고 동조하게 되면서 점점 난폭한 아이로 변해갔다. 아빠와 엄마가 크고 작은 일로 학교에 가는 일이 잦아졌고 그럴수록 혼나는 강도도 세졌다.

 

그런데 혼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비뚤어져서 우진이와 부모님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응모하셨던 이벤트에 당첨되어 우진이는 아빠와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속으로 투덜거리며 억지로 따라 나섰다. 같이 여행하게 될 팀들 중에 우진이와 동갑이지만 장애가 있는 석주라는 친구를 만나 둘은 어색했지만 여행을 시작했다.

 

 

▲ 왼쪽 위 : 성 바츨라프 광장, 왼쪽 아래 : 하이델베르크 성, 오른쪽 : 빌헬름 교회

 

첫 도착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하루를 묵고 다음날 베를린에 있는 빌헬름 교회를 돌아보다가 석주와 둘이 있게 되었는데 어리둥절한 우진이와 달리 석주는 아주 자연스럽게 외국인들과 대화도 하고 의젓하게 행동했다. 우진이의 아버지는 석주를 칭찬했고 그럴수록 우진이는 아빠도 밉고 석주도 미웠다.

 

다음날은 체코의 프라하로 갔고 민주화 항쟁이 일어났던 성 바츨라프 광장을 구경하다가 아빠를 잃어버릴뻔하기도 했다. 당황하던 우진이와 달리 석주는 침착하게 행동해서 일행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우진이는 석주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고 둘은 점점 친해졌다.

 

 

 

다음 목적지는 폴란드, 말로만 듣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보았다. 유대인이 150만명이나 학살된 곳을 둘러보며 으스스한 기분도 느꼈고 지금 우리가 평화롭게 사는 것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망아지도 사람도 참혹하게 일했던 소금광산을 둘러보았다.

 

다음 목적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내려 도나우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화려한  조명의 궁전과 야경을 구경했고 어는 새 우진이와 석주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했을때는 공부를 잘해서 다음에 이곳으로 배낭여행을 같이 오자는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대성당과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들을 둘러보고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학생 감옥으로 갔는데 그 곳에서 '낙서하지 마시오'라는 한글 경고문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학생 감옥을 나와 경사진 하이델베르크 성을 올라가는데 장애인인 석주는 매우 힘들어했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올라왔고 그런 석주를 보면서 우진이는 감동했다.

 

이제 우진이는 더 이상 투덜거리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알게 된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이 책을 골랐을때는 실제 여행담을 쓴 책인줄 알았는데 가상의 이야기를 쓴 동화였다. 게다가 동화라 그런지 여행지의 유명 장소나 건물에 대해 자세한 표현이 부족하였고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사진이 한장도 없어 그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독일, 폴란드.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여행코스가 글로만 보아도 너무나 환상적이라 아이들 동화가 아닌 여행기 이야기로 여기며 책을 읽었다. 지금도 아쉬운건 사진이 없다는거다. 아이들에게 읽힐때는 따로 사진이나 자료를 준비해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제목을 보면 버럭하는 아빠와 투덜거리는 아들의 좌충우돌 여행기의 느낌이 나는데 실제 내용은 석주라는 친구와의 좌충우돌 여행기여서 아빠와 어찌 소통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조금 실망하였다.

 

♣♣

 

책 속의 우진이네처럼 아들녀석이 4-5학년때쯤 1박 2일로 아빠와 국내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우진이네처럼 문제가 있어 여행을 갔던건 아니었고 아들과 아빠가 혹은 딸과 엄마가 여행을 하면 정서적으로 좋다고 하여 여행을 보낸 것이다.

 

우선 남편에게 따로 조언을 했다. 차 안에서 대화를 하되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고 주제도 무겁지 않은 걸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번쯤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는 '너 때문에 행복하다.'라는 말을 해주라고 했더니 그런말을 어떻게 하냐며 알아서 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들은 따로 불러 아빠 말 잘 듣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사진 많이 찍고 오라고 가벼운 말만 해주었다. 그렇게 둘이는 떠났고,  남해 어디쯤이라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새벽에 둘이서 집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던건가 물으니 그냥 저녁 먹다가 집에 가자고 해서 왔다고 한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자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둘만의 어색한 여행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온 듯 하였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으나 둘만의 여행은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하지만 이 동화책처럼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 둘만의 여행은 온 가족이 떠나는 여행과는 다른 의미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고 또 책임감도 느끼게 해주는 둘 만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