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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벽화로 유명한 홍제동 개미마을의 가을을 담아오다

 

벽화로 유명한 홍제동 개미마을의 가을을 담아오다

한 낮의 햇볕이 아직은 따갑지만 청명한 가을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다. 멀찍이 보이는 울긋불긋한 산들이 손짓하며 유혹하는데 고3에게 마음이 묶여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가까운 곳으로 가을을 만끽하러 나왔다.

인왕산자락에 끝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개미마을'은 벽화로 유명하다. 6.25때 한 집 두 집 모여 만들어진 자그마한 산동네인데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하며 개미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하철 3호선 1번 출구로 나오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카메를 둘러 멘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7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힘겨운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사람들을 한가득 실은 버스는 느릿느릿 꼭대기를 향해 올라간다. 길이 끝나는 곳의 종점은 상당히 좁다. 바로 기차바위 능선으로 가는 산길이 이어진다.

 

개미마을의 가장 꼭대기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상당히 높이 올라왔다. 저멀리 보이는 맞은편 산자락에 우뚝 선 아파트가 발 아래로 보인다. 종점에서 보이는 첫 집의 담장은 대부분의 집들이 그러하듯이 경사진 길을 따라 계단식 모양이다.

 

첫 그림은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이다. 개미마을의 하늘과 닮았다.   

 

 

 

낮은 담장 옆 옹벽을 따라 담쟁이 덩굴이 하루 이틀 사이면 계단을 다 덮어버릴듯 하다. 인적이 다니지 않는 계단인 듯하다.  

 

 

구름을 타고 발 아래 집들을 내려다보는 아이의 그림은 원색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밝고 화려한 동화 그림처럼 즐거움을 준다.  

 

 

 

조금은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다 받고 있는 담벼락에는 웃음 짓은 개와 돼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치 이리 와서 같이 한 장 찍자고 말을 건네는것 같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배경 앞에서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다. 

 

 

이 동네 지붕엔 호박을 키우는 집이 꽤 있다. 손이 안 닿은 곳에 파릇하게 익어가는 애호박이 탐스럽다. 그리고 커다란 감나무에는 정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아직 여물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감이 잘 익어가고 있었다. 

 

 

마을 아래로 내려갈수록 해바라기 그림과 꽃들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화려함에서는 이들을 따라올 그림이 없다.  

 

 

 

 

 

 

 

 

개미마을 벽화 중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거북이 그림은 담쟁이 덩굴이 머리를 덮어버렸다.  

 

 

마을 입구에 있는 개미마을 안내판이다. '빛 그린 어울림 마을 1호'라는 명칭과 함께 이곳을 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문구가 보인다.  

 

터덜터덜 내려오다 보니 금새 내려왔다. 휴일이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고 조용했다. 오래 된 흑백 사진 속에서나 봄직한 허술하고 작은 집들이지만 그림 하나로 집과 마을은 밝은 생명을 얻었다.

내려온김에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자고 가던 길에 '짬뽕애'라는 카페 분위기의 중국집을 발견했는데 짜장면이 2900원이었다. 우리는 볶음짜장과 왕짬뽕을 먹었지만 옆에서 주문한 사람의 짜장면을 보니 양도 많고 맛도 좋은가 보다.

이럴줄 알았으면 짜장면을 시키는건데 .... 저렴하지만 맛도 좋은 음식을 먹으니 횡재한 기분이 드는 개미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