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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눈길을 사로잡은 강서문화길을 가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눈길을 사로잡은 강서문화길을 가다

서울은 옛 조선의 도읍지라 화려하고 거창한 문화재와 유적지들이 많다.

그래서 경복궁이나 박물관등은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소개되어 진다. 

하지만 마치 유리관 속 전시물처럼 너무나 반듯하게 관리되어져 옛 정서를 느끼지는 못한다.

그런데 강서구에 가면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양천 향교와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 속 풍경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다.

 

본래 향교는 조선시대 때 유교를 교육하기 위해 지방에 세웠던 교육기관이다. 

모두 한양을 제외한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데 서울에 향교가 있는 이유는 예전에 이곳이 경기도 김포였다가 서울로 행정구역이 변경되면서 유일한 서울 속 향교가 되었다.

새로운 건물이 추가되고 옛 건물도 보수공사가 되어 그전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눈을 감으면 글을 읽는 선비의 목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양천 향교 곁에는 겸재 정선 기념관이 있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금강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많이 담았던 화가이다.

그는 이곳 양천 현령으로 5년동안 재직하면서 양천 향교와 한강 일대를 그림으로 남겼다.

지금도 향교 뒷산인 궁산에 올라가면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렸을 거라는 상상에 잠시 눈을 감아 본다.

 

겸재 정선은 '금강전도' 그림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금강산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실사에 가까운 화법으로 마치 하늘에서 금강산을 내려다보고 그린 것 같은 시선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금강산을 수없이 올랐다고 하는데 눈에 담아 온 금강산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 낸 덕분에 우리는 지금 팔짱을 끼고 금강산을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궁산 정상에서 보는 한강의 풍경은 지금까지 본 한강풍경 중 가장 시야가 넓어 시원하게 한 눈에 가장 긴 한강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악루라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왔지만 그 위에 올라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계절별로 꼭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개인적인 소감일 수 있지만  옛 정취가 묻어나는 향교와 우리나라 국토 곳곳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은 겸재 정선 기념관, 그리고 시원하게 탁 트인 한강 조망, 그리고 한민족 고유의 한의학을 정립시킨 허준 박물관까지, 강서구에서 이렇게 풍성한 옛 문화를 접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고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나만 아는 서울의 보물장소로 간직하고 싶을만큼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