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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돌고 돌아 올라가는 동네 사랑방같은 우장산 숲길

친구들에게 전화가 하나 둘 오기 시작하는 봄이다.

지난 겨울 엄청난 추위에 '날이 좀 따뜻해 지면 보자'라는 약속을 했는데 날이 좋으니 밖에서 만나 한나절 수다를 떨어도 될 듯 싶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몇 번 더 반짝하겠지만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을 게다.

아침 저녁은 차고 한낮에는 따뜻하니 봄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은 벌써부터 얇은 옷을 입고 바들바들 떨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두꺼운 옷에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드는 봄이다.

 

주택가 한 가운데에 있는 우장산 숲길은 터널을 가운데 두고 두 산(검덕산과 원당산)이 연결되어 있으면서 그 둘레를 돌게 만들어진 숲길이다.

남산 순환길처럼 팽이가 돌듯 감아 올라가는데 탄력 좋은 우레탄 길이 발의 피로를 덜어 준다.

완만히 올라가는 길에는 농구장, 배드민턴장, 인조잔디로 된 축구장까지 설치되어 있고 산 중간중간에는 각종 운동시설 또한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았다. '이 동네는 왜 이리 운동시설이 많지?' 의아하면서 부러움마저 들었다.

 

날이 좋으니 우장산에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차림을 보니 인근 주민들이 대부분이고 우리처럼 이방인?은 별로 없어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빠와 엄마, 딸과 나온 중년의 아줌마, 노년의 부부, 젊은 연인들, 그리고 주인을 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원색의 패션을 자랑하며 한가로운 산책길에 동무로 따라 나섰는데 20미터 간격으로 한 마리씩은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이맘때가 항상 아쉬운 건 꽃밭은 많은데 아직 꽃 필 시기가 아니어서 마른 줄기만 봐야 하는거다. 산책길이 이렇게 잘 닦여져 있으니 양 옆으로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할건 뻔한데 말이다.

운동코스로도 산책코스로도 데이트코스로도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다. 실제로 나이 성별 불문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주말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상상하자면, 봄에 이 정도로 사람이 많으니 여름엔 더 많겠다 싶지만 공원에 사람이 많은거야 당연한거다.

 

원당산의 많은 운동시설이 인상적이었다면  검덕산은 정상에 우뚝 솟은 새마을 지도자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지도자들이 자비를 들여 세웠다는 높다란 탑, 그리 멀지 않은 역사의 흔적인데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아직 피지 않은 쪽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는 우장산 숲길에는 여유있는 미소와 웃음을 머금은 동네 주민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쉬지 않고 흘러 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