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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한국 남자들이 죽었다깨도 못하는 것 - 병간호

 

아들과 남편의 안절부절 

한겨울 방사선 촬영실 앞에는 노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낙상의 사고를 당하신건지 관절염때문이지는 알 수 없으나 젊은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촬영을 막 끝낸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아이구 아이구 소리를 내시며 벽을 잡고 걸오 나오시는데 보호자가 없는지 붙잡아 주는 이가 없다.

조금 있으니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할머니의 곁에 다가가 서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연로하신 어머니를 어찌 도와야 할지 몰라 허둥대시는 게 역력했다.

어떤 연유로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허둥대는 모습과 남들의 시선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했다. 고령의 아들은 어머니를 빨리 모시고 병원을 나서고 싶어했으나 어머니와 눈은 마주치지 않았고 할머니는 벽만 짚고 서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혼잣말을 신음과 함께 하염없이 쏟아 내셨다. 

딸이었다면 며느리였다면 그 모습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였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다른 경우, 60대인 아내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직장때문에 자녀들이 병실을 지키지 못하고 남편이 병간호를 하는데 하루 몇 번씩 싸운다. 남편이 병실에서 하는 일은 밥 오면 갖다주고 나갔다가 밥 치우면 간이 침대에서 자는 일 밖에 없다.

뭐 하나 시키면 요령이 없으니 힘만 들고 힘이 드니 투덜거리고,  마음에 들지 않게 하니 환자는 환자대로 남편 얼굴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다. 결국 혼자 있을테니 가라고 하자 얼른 집에 가버렸다.

 

 

딱한 대한민국 아들들

대한민국 남자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대부분 보살핌만 받는 삶을 산다.

어릴 땐 어머니가 결혼하면 아내가 그리고 아내가 죽으면 자녀들의 돌봄을 받는다. 항상 받는 입장이다보니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해 입장이 바뀌어 누군가를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면 대처를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부중 아내보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야 두루두루 편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시어머님의 친구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혼자 남게 된 할아버지는 치매 초기라고 한다. 다들  걱정이다.

아들들은 모시지 못할 것이고 며느리는 여자이니 치매 시아버지 모시기가 쉬운 일이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모시는 아들은 없지만 치매 시아버지를 모시는 며느리는 있다.

 

 

아들이나 남편은 왜 못 할까?

밖에서 돈을 벌기 때문에?

물론 경제적인 이유를 무시 못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회사다니고 애 낳고 애 키우고 집 안일까지 하는 여자들은 뭔가?

편찮으신 부모님이 계시면 회사일도 해야하지만 환자 돌보기도 배우고 가사일도 더 열심히 배워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몇몇  한국 남자들은 아픈 아내나 아픈 부모님들보다 그들로 인해 불편해 지는 자신을 더 못 견뎌한다.  남편이 아플 때보다 아내가 아플 때의 이혼율이 7배 더 높다는 사실이 한국 남자들의 지독한 이기심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이제 아직 어린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은 추후 이런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한국 남자가 되지 않도록 훈육을 잘 해야 한다. 가족을 포함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알도록 그리고 배려할 줄 알도록 말이다.

그러면 한국 남편들이 한국 아내들보다 먼저 죽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