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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이판사판은 이판승과 사판승

 

우리는 막다른 상황에 이르러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판사판'이라는 표현을 쓴다.

달리 표현하면 이리하나 저리하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뜻이다.

 

 

런데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불가에서 쓰는 '이판승' '사판승'에서 온 말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판(理判) '이치를 판단하다'는 뜻으로 '수행에만 전념하는 승려'를 이판승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판(事判) '일을 판단하다'는 뜻으로 '사찰이 사무나 노역을 종사하는 승려'를 사판승이라고 한다.

 

 

 

 

 

 

이판사판의 유래

 

이판승과 사판승은 배불정책을 국시로 삼았던 조선 후기에 생겨난 제도이다.

 

배불정책으로 이때의 승려들은 천민처럼 취급돼 관가의 요구에 따라 종이, 신발, 기름 등을 만들거나 잡역에 종사했다.

 

따라서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이판승이 되건 사판승이 되건 천한 신분은 마찬가지다'는 의미로, 여기서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수도승인 이판승도 해 봐야 하고, 잡역부인 사판승도 해 봐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훗날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되었다는 해석이다.

 

 

그 유래가 뭐든 지금 사용하는 이판사판이라는 말은 막다른 상황에 이르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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