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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 염상섭 김억의 대리전인가

 

'발가락이 닮았다'의 줄거리

삼십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않던 M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나는 놀랐다. M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그 동안 보였던 행실에 언짢아 하면서도 겉으론 축하해마지 않았다.

어느 날, M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M은 자신이 생식능력이 있는지 검사를 받고 싶다며 찾아 왔다. 검사를 기다리다 돌아간 그를 보며  M이 검사결과에 불안해 함을 알았다.

결혼 전 오랫동안 돈을 주고 많은 여자들을 경험한 M은 생식불능이 예상되는 질병들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로 확인될까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M이 아들이라며 병원에 와서는 아기가 할아버지를 닮았고 특히 자신의 발가락을 닮았다며 양말을 벗어 보인다. 애쓰는 모습이 측은해 아들과 얼굴도 닮았다는 말을 했지만 시선은 피해버렸다.

 

 

 

 

품에 대한 단상

작품 속 M은 비난과 질타를 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타고난 기질인지 아니면 남성우월주의인지 모르지만 그의 행실은 배우자가 없는 미혼이라 할지라도 감안해줄 여지가 없다. 돈만 생기면 여자를 찾고 나이 들어 돈이 궁해지니 억지로 결혼상대를 찾다니 이렇게 황당할데가 없다.

M의 가증스러움에 열불이 나는데 M의 부인 임신소식과 함께 그 아이가 M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예측이 흘러 나왔다. 그동안 죄의식없이 자신의 몸을 본능에 맡겨버린 M에게 내린 형벌이겠지만 얼마나 부인에게 상처를 줬을까 생각하니 더 미워졌다.

책에서는 M이 생식불능자로 확인된 것도 아닌데 M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검사받기를 거부하다가 아이를 받아들인다. 사실 M의 괴로움은 당연한거지만 영문도 모르는 부인이 받았을 비난과 지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다. 그녀가 부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남의 자식을 아들로 받아들이는 M에 대해 작품 속 '나'와 독자들은 M에 대해 동정심을 가질지 모르나 M의 고통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M이 염상섭일까?

작가 김동인은 수험생들이 기억해야만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시대상을 잘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발가락이 닮았다'는 논란거리의 작품이다.

작가 김억이 어느 날 찾아와 염상섭이 작품 속 인물로 자신을 그렸는데 기분이 나쁘다며 염상섭을 혼내줄(?) 작품을 써 달라고 하였다 한다. 염상섭의 신혼생활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김동인은 M이라는 인물로 작품을 썼는데 M이 염상섭인지 아닌지 모르겠다했지만  당시에 염상섭은 화가 나 김동인에게 반박문까지 썼던 모양이다.

이 작품 속 M의 모습이 근래 친자확인이 많아졌다는 기사와 오버랩되어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