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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천재적인 풍자작가 채만식의 '태평천하'

 

채만식 『태평천하』

장안의 갑부 윤직원 영감은 일본이 있어 안심하고 고리대금업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태평천하라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아들딸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주도 있지만 그가 가진 돈만큼 그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윤직원 영감은 자신이 가진 돈을 지키면서 대물림을 하기 위해 더욱 견고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손주들에게 군수자리와 경찰서장 자리를 주려고 뒷돈을 대고 뒷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군수를 시키려했던 손주는 술과 노름에 빠져 가산을 몰래 탕진하고, 경찰서장을 시키려 했던 손주는 일본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식이고 손주고 이제 믿을만한 인물이 없음을 알게 되자 땅을 치며 통곡한다. 

"거리거리에 순사요....남은 수십만 동병하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하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이런걸 태평천하라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작품속으로

'나이?....올해 일흔 두 살 입니다. 그러나 시삐 여기진 마시오. 심장비대증으로 천식기가 좀 있어 망정이지 정정한 품이 서른 살 먹은 장정 여대친답니다. 무얼 가지고 겨루든지 말이지요.' 

장안의 갑부 윤직원 영감에 대한 묘사부분인데 책을 읽다보면 마치 누군가 말하듯이 소리가 전달되는 느낌이 든다. 판소리의 소리꾼이나 무성영화의 변사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니 읽어 나가기가 아주 수월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주인공인 윤영감이 사용하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출신의 작가는 음성이 상상되도록 아주  맛깔스럽게 표현하였다.   

"반지 파넌 가게서 쬐깐헌 여학생이 반지 찐다구 숭보면 어쩔래?"

"나 욕 읃어먹지. 너 매 읃어맞지. 그리서사 쓰겄냐? 그리닝개루 암말두 허지 말어.잉?"

 

 

천재적인 풍자작가 '채만식'

천재적인 풍자작가로 알려진 채만식은 비교적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나 가세가 기울어지면서부터는 죽을 때까지 상당히 궁핍한 생활을 하였다. 특히 생의 마지막 즈음에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죽기 전 머리 맡에 원고지나 풍족히 쌓아놓고 싶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보내기도 했다.

잠시 친일파 행적이 있었지만 곧 후회하고 속죄의 작품들을 내 놓기도 했다.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문하적으로 유쾌하게 조소하는 것이 풍자작품이라 하는데 채만식의 '태평천하'는 어쩔수 없이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의 주머니와 배를 불려주지만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에 생계를 걸어야하는 민초들의 삶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부패한 권력과 더러운 돈의 힘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엘리트 지식인 채만식은 그의 천재적인 감성을 발휘해 '태평천하'를 써서 일본의 억압과 부패한 권력을 고발하고 당당하게 맞섰으며 힘없는 대중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준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