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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두 사람 - 원정대와 세르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원정대

'산이 거기 있으니까...' 하는 말로 유명한 등반가 조지 리 맬러리는 두 번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실패한 후 세 번째 도전에서는 산을 내려 오지 못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이유가 인명구조를 위한 것도 아니고 생계를 위한 것도 아니라면 산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의 에베레스트 등반 이유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조지 리 맬러리의 말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내가 좋아하는 산, 혹은 내가 궁금해하는 산이라 더 알아보고 싶었다' 라는 정도였다. 방송에 나온 어느 강사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말하길 '끊임없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라고 하였다.

이말을 그대로 적용하면 조지 리 맬러니는 에베레스트라는 산을 사랑했고 더 알고 싶어 산에 가까이 다가갔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은 그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세계 최고봉을 자랑하는 산들은 오랫동안 꾸준히 세계 산악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왔지만 아무에게나 정상정복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정상정복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들에게 좋아하는 산에 묻혔다는 것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세르파

그렇다면 거의 매일 세계 최고봉의 산을 올라야 하는 세르파들도 산을 사랑할까?

넓게 생각한다면 일면 맞는 말이지만 세르파들에게 산은 삶의 터전이며 생계의 현장이 더 맞는 말이다. 장비도 동기부여도 없기 때문이겠지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산을 접하는 자세는 외부인과는 다르다.

 

 

 

히말라야 같은 이름 난 산자락에 사는 원주민들은 산에 대한 경외감은 갖고 있지만 정상정복이나 등반도전을 감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해지는 석양이 산 정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모습에 황금사자가 살고 있을거라는 상상을 하고 하늘과 맞닿은 곳이라 인간이 가면 안되는 곳으로 인식한다. 감히 오르다 신의 노여움으로 어떤 화를 당할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엄있는 신도 생계에 직면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구제해주긴 어려워 세르파들은 눈을 질끈 감고 감히 산을 쳐다보지 못한채 돈을 받고 그들이 그동안 경외의 마음을 가지고 보았던 산을 오른다. 산사태가 나고 산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나면 신의 노여움이라며 두려워 하지만 돈 앞에서 그들은 머리를 숙이고 다시 산을 오른다.

산을 지키는 신이 있다면 이들의 딱한 사정에 눈을 감아줄 수도 있겠다. 신은 자비로우니 말이다.

 

 

 

 

며칠전 외부 등반원정대의 길을 정비하다가 눈사태에 휩쓸려 16명의 세르파가 죽거나 실종되었는데 네팔 당국의 성의없는 장례보상금에 세르파들이 올 시즌 등반을 전격 중단선언했더니 급해진 네팔 당국이 추가 보상을 약속하며 사안을 정리했다. 

세계 최고의 산으로 사람들에게 신비의 산으로 여겨졌던 에베레스트는 이제 대중적인 산(?) 중 하나가 되었다. 돈만 있으면 일반인도 등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가고 싶다는 마음보다 왠지 허한 마음이 드는 건 마음 속 전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