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광염소나타'

내가 백성수를 만난 것은 피아노가 놓여 있는 낡은 교회에서 였다.

허겁지겁 들어와 창문 밖 불타는 집을 구경하던 백성수는 피아노 앞에 앉아 격렬한 연주를 하였고 나는 그의 연주를 온 몸에 전율을 느껴가며 감상하였다.

알고 보니 그는 옛날 광기 어린 음악가였던 친구의 아들이었다. 백성수는 아버지의 예술적 감각과 광기마저 이어 받아 특정한 상황이 되어야만 연주를 하고 작곡을 하는 귀기가 서린 음악가였다.

백성수의 음악적 깊이가 깊어질수록 그의 범죄는 방화에서 시작해 사체모독과 시간, 그리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져 갔다.

백성수는 감옥에서 편지를 통해 그간 자신의 행동을 참회하듯 쓰면서 괴로워 하였고 나는 편지를 모씨에게 보여 주면서 백성수의 천재적인 음악적 능력을 감안해 그의 범죄를 눈감아 주어야 하는게 아니냐며 변론을 하였다.

적어도 나같은 예술가들에게 천 년에 한 번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를 변변치 않은 범죄를 구실로 세상에서 없애버린다는 건 더 큰 죄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광기를 가진 천재 예술가의 범죄 본능

활활 타오르는 볏단의 불길을 보는 순간 내면에 숨어 있던 백성수의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알아 챈 것은 백성수 자신과 불행히도 이 광경을 몰래 숨어서 지켜 보던 K였다.

백성수의 귀기 어린 피아노 연주 실력은 K가 그동안 목타게 기다리던 피아노 선율이었고 그는 그 선율에 자신의 영혼을 팔아 버렸다.

백성수의 광기 어린 피아노 연주가 탄생하기 위해서 무엇이 제물이 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K는 백성수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도덕적 관념에 괴로워하던 그를 설득하여 도덕 따위는 버리고 연주에 집중하라고 부추겼다. 

이쯤 되면 백성수의 예술적 광기보다 그의 뒤에서 은밀히 즐기며 백성수가 광기를 멈추고 일반인으로 돌아올까 노심초사하는 K의 광기가 훨씬 더 무섭다. 

 

 

예술의 탐미와 창작의 고통

인간과 동물이 서로 구별되어지는 것 중 하나가 예술에 대한 탐미이다.

 노래와 춤, 그리고 미술등 인간은 신체 오감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인지 능력이 뛰어나 가슴에 젖어든 감동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되새긴다. 예술적 감동은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한단계 성숙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작은 단순한 기술이나 세월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내면에 있는 에너지를 불사르는 심신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라 예술가들은 남들이 모르는 지옥의 고통을 겪는다.  

그렇다면 김동인의 소설 '광염 소나타'를 두고  범죄로 얼룩진 광기 어린 천재의 예술작품을 도덕적 관념으로 어찌 받아들일것인가? 하는 논쟁거리로 보는 것보다는 창작의 고통이 이만큼 크다는 것을 역설하는 작품으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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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우학 2014.09.27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인의 필력이야 의심할 바 없지만 예술/광기/불길로 이끌어낸 유미라는 것이 조금은 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감을 빌미로 어떠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소재 자체가 당시에 비해 흔해졌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천운영 혹은 문예창작과(서라벌예대는 제외합니다)를 졸업한 다른 치가 쓴 글처럼 탐미를 목전에 두고 그것에의 글쓰기가 주가 되니 치밀하지만서도 작위가 다분하여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어요. 사소설 형식의 담담한 어투; 말하기 곳곳에 감춰둔 아주 잘 벼린 칼날 같은 느낌이라서 유미주의하면 미시마 유키오를 첫번으로 꼽습니다만, 이를테면 문창과 졸업생의 글은 목적의식이 굉장히 두드러지는 편이라 되레 꺼리는 것 같습니다.

  2. BlogIcon 건강정보 2014.09.27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천재라도 범죄를 저지른것을 눈감아 줄 수는 없죠

  3. BlogIcon 천추 2014.09.28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동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불행한 지식인. 이라는 생각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