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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평창이 낳은 낭만 작가 이효석의 중편 '성화(聖畵)'

 

이효석의 중편 '성화'

망원경의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갈매빛 앙상한 생활의 바다가 아닌 아름다운 꿈의 세상이다.

나는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난야 곁에서 망원 렌즈에 잡힌 유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서 난야와는 다른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건수의 아내, 난 그저 주위를 맴돌뿐이다.

여름 피서철의 막바지,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옥중 생활로 지친 유례를 데리고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난야의 말대로 인적이 끊어진 해변가에 남녀가 서 있다면 그곳이 에덴이 아니겠냐는 말은 나를 들뜨게도 했다.

이제까지 진정한 사랑을 몰랐고 유례에 대한 감정이 확실히 무엇인지 몰랐던 나는 여행을 통해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지만 유례의 감정은 나와 달랐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은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고 삶에 회의를 느끼게 하였다.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 저승에서 맺고 싶어 나는 자살을 시도한다.

깨어났을 때 유례와 난야, 두 사람이 곁에 있었지만 운명인줄 알았던 여인 유례는 떠나고 결국 운명적인 여자 난야만이 내 곁에 남았다.

 

 

 

주인공 '나'는 이효석 자신?

이효석의 중편 '성화'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여타의 문학작품들에서는 보기 힘든 1930년대의 모습이었다.

주인공 '나'는 상류층들이 드나드는 카페를 운영하고 호텔에서 서양식 유흥을 즐기며 동해안으로 피서를 떠나는 인물이다.

유례가 감옥에서 나오자 지친 그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악을 많이 듣고, 그림감상도 많이 하고, 영화도 적당히 감상할 것'을 생활설계라며 알려 준다.

호텔에서의 식사, 피서지로 떠나는 모습들 등 주인공 '나'는 혹시 또다른 이효석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효석은 커피의 인이 박힌 것같다 할 정도로 커피를 즐겼으며 소팽의 피아노 연주를 즐겨 하였고 프랑스 영화 감상이 취미였다하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서양화초가 그득한 빨간 벽돌집에서 살며 유럽풍을 즐겼다고도 한다. 그러고보니 인적이 끊긴 바닷가의 풍경이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된다. 

 

 

평창이 낳은 낭만 작가 이효석

우리나라 낭만주의 작가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이효석은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이효석은  경성제대(지금의 서울대)에 재학시에는 노동자의 생활상을 그린 작품을 펴내다가 1931년 결혼 후 영어 교사로 경제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작품 경향이 달라졌다.

구인회에 가입하면서 향토색 짙은 자연주의 순수문학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1936년 단편문학의 백미 '메밀꽃 필 무렵'이 이 때 나왔고  '성화'는 1939년에 발표된 탐미적 관능주의 작품이다.

이효석의 대표 작품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알려져 있어 그 외의 작품들도 자연주의 순수문학작품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 이효석은 인간의 성(性)도 순수자연의 시각으로 보고 작품에 반영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효석은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대표적인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