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빈처'

오늘도 아내는 때꺼리 때문에 전당포에 맡길 옷가지를 찾고 있다.

그 소리를 듣자니 점점 견딜수 없는 기분이 되어 나는 될대로 되라는 자조섞인 말을 내뱉으며 한숨과 함께 오늘 다녀간 T를 떠 올렸다.

T는 나와 동갑으로 은행에 다니며 돈좀 모은 사촌이다. T가 돈자랑을 실컷 하고 떠나자 아내는 나에게 우리도 사는 듯이 살아봐야하지 않겠냐며 말을 건내는데 빈정이 상해서 말다툼을 했다.

장인의 생신 날, 아내는 변변한 옷이 없고 나는 내 신세가 변변치 않아 가고 싶지 않지만 길을 나섰다.

돈 잘 버는 신랑을 자랑하는 처형의 말에 의기소침해 졌지만 그녀의 눈두덩이에 생긴 멍 자국으로 미루어 결혼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이틀 뒤, 처형이 아내의 신발을 사 오지만 아내는 나를 위해 좋은 기분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런 아내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애처로워 미안해하는 나에게 아내는 오히려 위로의 말을 해 주고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가난한 부부가 사는 법

현진건의 '빈처'에 나오는 주인공 '나'는 부잣집 딸과 결혼한 신학문을 배운 전도 유망한 청년이다. 

외국으로 다니며 공부를 많이 했으니 고국에 돌아가면 탄탄대로가 펼쳐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는 2년동안 한푼도 벌지 못한 백수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가장이 돈을 벌어와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그러지 못하니 그가 심적으로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런데 사실 이들 부부는 아주 가난하지는 않다. 처갓집에서 해 준 집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것이 주인공만 돈이 없고 주변사람들은 다들 부자이다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에 더욱 초라한 자신을 보며 괴롭다.

특히 사촌지간인 T의 은근한 자기 자랑은 주인공을 더욱 난처하게 한다. 재밌는것은 '월급이 오르고 사 두었던 주권이 오르고 은행내 경기대회에서 우월한 성적을 거두고....'등의 자랑은 지금도 오랜만에 모인 모임에 가면 꼭 한 사람 이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아내는 내 남편이 언젠가 이름을 날리고 비단 신발도 척척 사 줄수 있는 날이 올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더불어 남편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다독이는 힘인 동시에 기 죽은 남편의 능력을 살려 내는 것임을 현명한 아내는 알고 있는 듯 하다. 

 

 

현명한 부부는

작년 황혼 이혼이 제일 많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1위는 성격 차이, 2위가 경제 문제라고 한다. 한 때는 신혼 이혼율이 증가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반대로 나이 들어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은 꿈꾸듯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경제상황등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아도 헤쳐 나갈 용기와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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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10.30 0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하루되세요 잘보고 감니다

  2. BlogIcon 포장지기 2014.10.30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한번 읽고싶은 책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3. BlogIcon 건강정보 2014.10.30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혼 이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죠.예전에는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4. BlogIcon 가나다라마ma 2014.10.30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년이나 된, 그것도 소설인데도 공감이 되고 마음에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