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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김유정 '땡볕' - 삼복 더위에 마누라를 지게에 지고

 

김유정 '땡볕'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가 아내를 지게에 지고 부지런히 병원을 향하고 있다. 

중복허리의 땡볕은 등줄기를 따라 땀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찐땀에 엉덩이는 쓰라리기까지 하다.

지글지글 끓는것 같은 지면에 자동차가 지나가면 숨이 턱턱 막히는 먼지가 일어난다. 바람 한 점 없는 거리에 모래는 이글이글 닳아간다.

덕순의 지게 위에는 얼굴이 누렇게 뜬 그의 마누라가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앉아 있다.

덕순이가 없는 살림에 병원에 가는 이유는 기영 할아버지의 말 때문이다. 보기 드믄 병은 병원에서 월급을 줘 가며 고쳐준다는 말에 삼복 무더위를 뚫고 병원에 가는 길이다.

진찰 결과 마누라의 병은 배 안에 죽은 아이 때문이라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을 못 넘길거라 하였다. 수술 결과도 장담할 수 없으니 승낙서를 쓰라는 말과 함께.

덕순은 수술을 거부하는 마누라를 다시 지게에 앉히고 더 무거워진 지게를 힘겹게 들어 올린다.

집으로 가는 길,  얼음냉수와 왜떡을 사 달라 하고 빌려온 쌀을 꼭 갚고 빨랫감은 이웃 영근 엄마에게 부탁하라는 마누라의 유언과 같은 말을 들으며 만감이 교차한다.

중복 한 낮 땡볕은 쇠라도 녹일 듯 하다.

 

 

 

삼복 더위에 마누라를 지게에 지고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땡볕이어도 병원으로 갈 때는 마누라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덕순에게 삼복 땡볕 더위는 견딜만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을 나설 때 덕순의 어지러운 심사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겁이 많아 수술을 거부하는 마누라를 달랜다는 핑게로 죽음을 앞 둔 환자를 다시 지게에 얹고 집으로 향하는 초라한 가장의 마음을 말이다.

'마누라를 다시 지게 위에 올려 놓은 다음 엎디어 다시 지고 일어나려니 이게 웬일인가, 아까 오던 때와는 갑절이나 무거웠다.'

어깨를 짓누르는 지게를 내려 놓고 비상금 4전을 꺼내 얼음냉수와 왜떡을 사 달라는 마누라의 행동은 그녀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보여 안타까움을 준다.

그녀가 먹은 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남편이 사 주는 마지막 음식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덕순이가 의사에게 말했듯이 어떻게 해서든 내일 수술할 수 있게 마누라를 다시 병원에 데려가 주기를 바래 본다.

 

 

 

1937년과 2014년의 차이는?

땡볕은 1937년 작가 김유정이 죽기 한달 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시대배경으로 볼 때 이 때는 조선의 민초들이 대부분 가장 경제적으로 힘들 때라 작품 속 덕순이의 모습은 당시 대다수의 가장들의 모습과 대동소이했을 것이다.

덕순이의 결정이 그의 가난과 무지때문이라고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아무도 그에게 다른 길을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80여년이 흐른 지금도 어디선가 덕순이와 그의 마누라처럼 가난때문에 무지함때문에 막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

1937년도에는 모두가 못 살아서 그랬지만 2014년도에는 모두가 외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