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고산 윤선도의 고택 - 녹색 비가 내리는 녹우당

 

덕음산 자락을 배경으로 해가 잘 드는 곳에 지어진 녹우당은 녹색 비가 내린다는 뜻을 지닌 해남 윤씨 고산 윤선도의 고택이다.

수령이 오래 된 고목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을 느낄수 있는 빛바랜 기와 지붕이 담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녹우당은 현재 출입이 안되고 있어 아쉬움을 주었다.  

 

 

 

녹우당은 효종이 사부였던 고산 윤선도에게 하사한 수원집의 일부를  떼어와 사랑채를 짓고 뒷편 비자나무 숲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녹우당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지금은 안채를 비롯한 집 전체를 녹우당으로 부르고 있으며 1968년 사적 제167호로 지정되었다.

 

 

 

 

녹우당은  □ 자 형태로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등 60여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집 뒷편 비자나무숲을 지나면 고산사당과 어초은 사당등 사당과 윤효정의 묘가 있다.

 

 

 

 

녹우당으로 가기 전 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을 들렀는데 이곳에는 윤선도의 글과 그림에 탁월한 소질을 가졌던 공재 윤두서를 비롯한 후손들의 작품이 특별 전시되고 있었다. 

출중한 그림 솜씨는 대물림 된 것인지 그림을 볼 줄 모르는 까막눈에도 불이 켜질만큼 그림들은 다양한 소재만큼이나 흥미로웠다.

 

 

 

고산 윤선도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광해군때에 진사가 되어 성균관 유생으로 이이첨의 횡포를 상소하였다가 도리어 유배를 당하고 인조때 풀려났으나 병자호란중에 임금이 피난 간 곳과 다른 남해로 가던 중 보길도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바다와 자연을 벗삼아 시를 지으며 보냈다.

 

 

 

고산 윤선도의 시조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어부사시사'는 바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어부의 모습을 풍요롭고 흥겹게 표현한 아름다운 시조로 보길도 바다의 춘하추동 사계절을 그림처럼 담아내고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어부의 노랫 가락이 들리는 듯한 후렴구의 '흥'은 활기 넘치는 어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단풍도 퇴색해 흑백 사진처럼 보이는 덕음산 밑에 흐릿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조용히 앉아 있는 녹우당이 왠지 더 쓸쓸해 보인 까닭은 겨울  햇빛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