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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동화 '막걸리 심부름' - 달짝지근 시금털털한 막걸리 한 모금

 

동화 '막걸리 심부름'

 

 

 

창근이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술도가에 막걸리를 받으러 간다.

심심할거 같아 동생 문희를 데리고 길을 나선 창근이는 주전자에 막걸리를 가득 담아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무거운 주전자는 걸을때마다 막걸리가 찔끔찔끔 쏟아졌다.

창근이는 주둥이로 쏟아지는 막걸리를 막으려다 손에 묻은 막걸리를 핥아먹으니 그 맛이 달달하니 시원한게 맛이 너무나 좋았다.

 

 

 

창근이는 동생 문희에게도 뚜껑에 담아서 한모금 주었는데 문희는 막걸리를 먹고 핑하니 정신이 없지만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는 막걸리 맛에 취해 버렸다.

문희를 업고 가던 창근이는 주전자를 놓쳐 막걸리를 다 쏟아 아버지에게 혼날까 무서웠지만 멀리까지 마중 나온 아버지와 함께 다정하게 집으로 향했다.

 

 

달짝지근 시금털털한 막걸리 한 모금

창근이가 동생 문희와 함께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낑낑 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동화책이다.

옛날 어른들은 꼬맹이들한테 힘든 술심부름을 왜 시키셨는지...

여름철 뙤약볕에 수박통만한 주전자 속 출렁거리는 막걸리를 흘리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으며 손이 아파 오른손 왼손 바꿔가며 종종걸음하는 아이들 모습이 낯선 풍경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막걸리가 아니면 물을 담아 새참길에 따라 나서는 것도 아이들 몫이었다. 

어린 창근이와 문희가 달짝지근하면서 시금털털한 막걸리를 맛보고 세상이 핑그르르 도는 듯한 경험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되어 저절로 웃음짓게 한다.

결국 막걸리 심부름을 시킨 아버지는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막걸리에 취한 남매를 등에 업고 집으로 가야 했다. 

 

 

동화로 보는 세상

막걸리는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다.

쪄낸 쌀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뒤 맑은 술을 걸러 내지 않고 그대로 짠 술이 막걸리이다.

그래서 막걸리는 우윳빛을 띠고 오래 놔두면 앙금이 가라 앉은 것을 볼 수도 있다. 아마도 5-60대들중 몇몇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막걸리 심부름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땐 미성년자라해도 술심부름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지만 막걸리에 설탕을 타서 마셨던 기억도 있는걸보면 예전엔 막걸리가 아이들 손에도 잘 닿았던 위치에 있었던것 같다.

막걸리를 짜고 남은 찌게미를 먹고 술에 취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술찌게미는 먹어 본적이 없어 그 맛을 모르겠지만 시큼한 향은 알듯하다.

구릿빛 주름진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 사발에 가득 따른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마시고 입가를 훔치며 시원함을 표현하시던 외할아버지의 흐믓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