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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 순수한 열정이 식어갈 때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무표정한 얼굴의 중년 기타리스트는 노래마저도 메말랐다. 

그가 메고 있는 기타는 천근만근 철근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표정만큼이나 무겁고 감흥없는 노래에 술에 취한 사람들은 몸을 흔들어 댄다. 오늘이 마지막 연주라는 멘트가 어색하게 말이다.


떠돌이 출장 밴드팀을 이끄는 성우는 점점 줄어드는 연주 자리를 찾으라 사고 뭉치 팀원들 다독이랴 마음이 바쁘다. 오로지 음악 하나만을 위해 곁눈질 않하고 달려왔건만 지금 그의 현실은 4명이 복작거리는 소주병 나뒹구는 싸구려 여관뱡이다. 

한때는... 한때는 곧 다가 올 화려한 꿈의 무대를 상상하며 음악에만 매진하는 청춘이었는데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먹은 중년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맞기는 한 것인지....


학창시절 4인조 그룹중 성우만이 음악을 계속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제각각 진로를 달리 선택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음악을 관두고 선택한 현실이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데 친구들은 성우에게 묻는다.

'하고 싶은 음악만 하고 사니까 행복하니?' 성우는 대답하지 못한다.


불타던 열정은 어느덧 꺼지고 재만 남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열정이 식어갈 때쯤

영화 내내 축 쳐진 어깨와 무거운 발걸음 표정으로 일관하던 성우가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기타를 연주한다. 

음악을 선택했던 자신의 삶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건 아닐까 불안했는데 음악을 버리고 다른 삶을 선택했던 친구들도 모양새만 다를뿐 각자의 어깨에 같은 분량의 짐들을 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중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청춘의 질문에 하고 싶은 걸로 최소한의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잘 하는 일을 먼저 해야야지 않겠느냐고 인생 선배가 답을 했다.


성우의 입가에 번지던 희미한 미소가 완벽한 꿈을 이룬 성공한 인생의 주인공 미소는 아니지만 그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나를 토닥이게 하는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