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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 '엘르' -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 '엘르'

 

어느 날 갑자기 부지불식간에 당한 한낮의 성폭행에 미셸은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을 보냈지만 이내 자신을 추스른다. 이혼했지만 결혼을 앞 둔 아들이 있고 중견기업 CEO로서 책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막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꼭 그 날 사건때문은 아닌듯 하지만 미셸이 까칠해진건 사실이다.

결혼을 의논하러 온 아들에게 독설을 퍼 붓고 새로운 연인과 열애중인 어머니를 무시하고 절친의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까지 벌이는 그녀의 속내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분명한것은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혹은 상처를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폭행 사건을 신고조차 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와 그 사건의 현장에 함께 했다는 어린 미셸, 그 엄청난 트라우마가 시간이 흘렀다고 얼마나 흐려졌을까 싶다. 여전히 그녀의 시간은 그 때 어디쯤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그녀 또한 살인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에게도 위로나 위안을 받지 못한 듯하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말이다. 어머니는 그녀 못지 않은 강력한 독설가이다.

 

독설은 또다른 폭력인데 두 여자의 만남은 난투극을 연상시킬만큼 화끈(?)하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에서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드러나는 그녀의 전반적인 상황 연출과 대처를 보면서 그녀의 내면에 당사자는 인지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어머니와 혹은 아들과의 비이성적인 대화,  고의적인 폭로, 성폭행범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연애(?) 등은 불안정한 그녀를 보여 준다. 그녀는 피해자가 맞을까?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이웃집 남자의 죽음까지 그녀의 분노 근원지가 제거 되면서 정상을 회복해 가는 듯이 보이는 미셸의 모습이 진짜 정상회복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침내 그녀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일까? 아직 시원히 답변되지 않은 이웃집 남자의 질문처럼 그녀에게 묻는다.

 

"왜요?"  왜 그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