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이병헌의 영화 '남한산성'
청나라에 대항하여 이 전쟁을 끝내기는 이미 틀린 것이니 지금의 치욕을 견디고 살아남아 훗날을 도모해야한다. 아니 죽기를 각오하고 결사항전을 벌이더라도 항복만은 절대 안된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으니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의 고민이 깊다.
인조가 숨어 들어간 남한산성을 찾아가는 예조판서 김상헌은 발설의 위험을 막고자 길 안내를 마친 노인을 죽여 버린다.
엄동설한 외부와 차단된 남한산성내 백성들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한 이조판서 최명길은 항복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더 이상 무고한 백성의 희생은 죄악이다.
치욕은 견딜 수 있으나 죽음은 견딜 수 없다며 목숨을 건 결사항전을 말리는 최명길과 치욕을 견디고 목숨을 구걸해 오랑캐의 신하가 되어 살면 뭣하겠냐는 김상헌의 첨예한 갈등이 백천간두의 조선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두 사람의 말에 인조가 갈등하고 갈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하지 않은 최악의 결과에 대한 책임 때문일게다.
하지만 청나라 칼끝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이내 두 손을 들어 항복하고 만다.
치욕적인 삶이냐 명예로운 죽음이냐
엄동설한의 한가운데가 계절적 배경인 영화는 따스한 햇볕 한줌 보여 주지 않고 흑백 화면에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남한산성의 지독한 상황을 표현한다.
게다가 갈등을 보이는 두 주인공은 색채 대비로 누가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라고 하지만 한번은 흰색으로 한번은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두 사람 중 누구를 고르기가 힘들다.
이병헌 팬은 최명길을 김윤석 팬은 김상헌을 골라야 할 밖에.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건 겁 먹고 갈팡질팡하는 인조이다. 그도 눈 앞의 죽음이 두려운 나약한 인간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너무 긴 시간을 허비했다.
추위와 굶주림 두려움등 모진 고초를 겪을대로 다 겪고 견딘 결과가 50만 백성을 갖다 바치는 거였으니 말이다.
패전국 백성으로 청나라에 간 그들의 삶이 온전했을리 없다. 인조의 삼배구고두가 안쓰럽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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