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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캐서린 키너의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 - 악마들의 소굴

 

캐서린 키너의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

 

편지를 뜯자마자 수표의 여부를 확인한 거트루드는 기대했던 수표가 없자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곧 짜증이 묻은 표정으로 변한 그녀는 불안해 보이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이곳은 악마의 소굴로 변해간다. 

 

6명의 아이를 혼자 키우던 거트루드는 일거리가 줄어 심각한 경제적 위기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마침 자매를 맡게 되어 주당 20불의 수익을 받게 된다.

실비아와 제니는 또래 아이들이 있는 거트루드의 집에서 처음 얼마간은 잘 지냈지만 약속된 수표 도착 날짜가 지연되자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돈이 와야 숨통이 트이는데 수표 도착 날짜가 자주 들쭉날쭉이다.

 

그럴수록 실비아와 제니를 향한 거트루드의 신경질은 도를 넘어 가기 시작한다. 심신이 불안정해 보이는 거트루드를 연기한 캐서린 키너의 소름돋는 연기가 일품이다. 

거트루드의 큰 딸 폴라의 임신사실 폭로와 돈을 훔쳤다는 거짓말로 실비아는 거트루드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지하실에 감금되기에 이른다.

폭행은 고문의 수준이 되고 그녀의 아이들이 하나 둘 가담하게 된다. 자의적이거나 혹은 강압에 의해서 말이다.

 

게다가 동네 아이들까지 공공연히 들어와 실비아를 조롱하고 폭행하니 실비아는 사람이 아니라 학대받는 짐승마냥 처참히 짓밟힌다. 

 

악마들의 소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듯한 거트루드의 분풀이 대상으로 실비아를 폭행했다는 건 그렇다치고 그녀의 아이들이 엄마의 강압적인 제안에 할 수 없이 폭행에 가담했다는 건 또 그렇다쳐도 동네 아이들의 가담은 이해할 수가 없다.

흔히 왕따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가해자편이 되는 경우도 아닌데 아이들은 왜 그랬을까? 이 영화를 보면 사람은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1966년 미국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이다. 부모의 부족했던 관심과 이웃의 무관심 속에 10살 밖에 안된 어린 소녀가 죽을만큼의 신체적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

도대체 사람이 어떤 정신상태가 되면 이토록 집단적으로 지독한 폭력성을 보이는 것인지 궁금하다.

 

생각할수록 가엽고 가여운 아이 실비아의 고통스런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