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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엘마 웨퍼의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살아서도 죽어서도 당신과 함께

 

엘마 웨퍼의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아내 트루디와의 해변 산책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루디의 상실감은 자책감과 함께 그를 괴롭힌다.

아내가 좋아하던 부토춤과 일본 후지산.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줄 알았다. 이렇게 황망한 이별을 알았다면 제일 먼저 후지산을 갔을텐데 말이다.

 

성실한 남편과 인자한 아내 사랑스러운 부부 루디와 트루디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어렸을 때는 너무나 예쁜 아이들이었는데 성인이 되어 독립한 아이들을 보니 내 아이같지가 않다.

너무나 거리감이 느껴지고 도무지 아이들을 잘 모르겠다. 그 어떤 위안도 배려도 받지 못하고 부부는 아이들 집을 나선다.

 

트루디의 죽음 후 루디는 일본에 있는 아들 칼에게 간다. 트루디가 그토록 좋아하던 부토(그림자춤)가 있고 후지산이 있는 곳이다.

부토를 추는 소녀 유와 함께 후지산을 찾아 가는 루디. 트루디에게 후지산을 보여 줄 참이다. 그리고 마침내 후지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트루디가 루디의 가슴에 안겨 부토 춤을 춘다. 가장 행복한 두 사람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당신과 함께

아침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밥을 먹고 정시에 출근하는 성실한 남편과 하루 종일 행복한 마음으로 오매불망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잔잔한 삶이 주는 감동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왜 그사람 마음을 몰랐을까? 왜 나중에 나중에 라고 미루기만 했을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살고들 있지.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말이다. 결국 죄책감과 후회는 남겨진 자의 형벌이 되고.

 

아내의 옷을 곁에 두거나 입어 보면서 아내를 기억하고 느껴보려는 노년의 루디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바람결처럼 느껴지는 아내의 손길을 따라 부토춤을 추는 루디와 트루디의 모습이 슬픈 아름다움으로 전해지는 이유이다.

그렇게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아내를 맞이하더니 혼지 보내지 못하겠던지 루디는 아내를 따라 떠났다.

 

이젠 어디든 함께 가겠지. 날이 좋으니 후지산에 올라가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