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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이게 벌일까?상일까? '엄마 말 안 들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를 읽고

 

이게 벌일까?상일까? '엄마 말 안 들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를 읽고

 

엄마 말을 듣지 않는 빌리에게 엄마는 늘  

"엄마 말 듣지 않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 

라고 말씀하셨지만 믿지 않았다. 그런데 어는 날 아침 정말로 흰긴수염고래가 문 앞에 배달되어 왔다. 그 고래는 앞으로 빌리가 관리를 해야 한다.

 30미터나 되는 고래를 학교에 데려간 빌리는 아이들의 부러움도 받았지만 따돌림도 받았다. 거대한 동물을 가진 빌리가 부럽기도 했지만 그 큰 고래와 같이 놀기엔 어떤 장소든 너무 좁았기 때문에 친구들은 빌리와 놀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빠가 몸도 씻기고 먹이도 주라고 하는데 먹이를 주기 위해 바닷물 38톤을 준비해야만 했다.

 기진맥진한 빌리는 고래를 닦아주기 위해 입 속으로 들어갔는데 냄새가 아주 고약했다. 그러다 뱃 속으로 들어가보니 넓직한 공간에 나혼자 있기 안성마춤이었다. 빌리는 고래 뱃속에 자신의 방을 꾸몄다. 고래 뱃속은 너무 넓어서 아무리 어질러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 너무 좋다.


재밌는 상상의 이야기인 이 책은 엄마 말을 듣지 않아 선물처럼 받게 된 흰긴수염고래를 데리고 고군분투하는 어린 소년 빌리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제목에 친근감이 들어 고르게 된 책이다. 

 어릴 적 '엄마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서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니 흥미롭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는데는 동서양이 정서적으로 같은 모양이다. 그땐 어린 마음에 정말 엄마가 망태할아버지한테 나를 주거나 아니면 할아버지가 나를 몰래 잡아갈까봐 마음을 졸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 주인공 빌리 이 녀석은 엄마가 하는 말씀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30미터나 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을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데려와?'

라고 생각하는 영리한 꼬마였다. 이 녀석 제법이다.

 어른들의 '꼼수'를 읽을 줄 안다. 그런데 그 녀석보다 한 수 위인 빌리 엄마는 하룻밤 사이에 흰긴수염고래를 정말로 데려왔고, 빌리는  문 앞에 놓여진 고래를 어쩔 수 없이 마치 애완견처럼 학교로 데리고 갔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은 이 장면을 보면 아마 너도나도 부러워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동물을 내 맘대로 데리고 다닐 수 있다니 얼마나 엄청나고 신나는 일인가? 친구들도 부러워 할테고 인기 짱이 될거라고 신나하겠지.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더라도 흰긴수염고래의 덩치는 굉장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쯤되면 흰긴수염고래를 벌로 받은 것인지 상으로 받은 것인지 아리송하다.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흰긴수염고래를 받지 않기 위해 이제부턴 엄마 말을 잘 들어야지' 라고 생각할까 의문이다. 내 생각엔 한번쯤 다들 고래를 받아봤으면 하고 바랄 것 같은데 말이다.

이젠 우리 아이들은 훌쩍 다 커버려서 '엄마 말 안 들으면~'이라는 협박(?)은 통하지도 않는다